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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열면 세상이 열린다
나는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경이롭고 감사한 일인가 종종 생각하곤 한다.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를 듣는다. 저녁이면 개구리 노래와 풀벌레 소리를 듣는다. 음악을 듣고, 사람들의 말 속에 숨어 있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때로는 하늘의 소리도 듣는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참 많은 소리 속에서 살아간다.
사람의 감각 가운데 청각이 제일 먼저 열린다고들 한다. 아기는 어머니의 태중에서 벌써 소리를 감지한다고 하니 신비한 일이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닫히는 감각 역시 청각이라고 한다. 그래서 병석에 누운 노인 곁에서도 말을 조심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듣는다는 것은 우리가 세상에 와서 가장 먼저 시작하고, 세상을 떠날 때 가장 늦게까지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와 달을 따 달라고 졸랐다는 공주님 이야기는 얼핏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나는 커다란 귀 때문에 괴로워하는 임금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하늘의 달을 갖고 싶어 하는 어린 공주의 이야기다. 그러나 내게 이 두 이야기는 ‘듣기’라는 하나의 길에서 만나는 이야기였다.
큰 귀를 가진 임금님을 바라보면서 나는 귀의 의미를 다시 묻고 싶었다. 남들과 다른 커다란 귀가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흠일까. 오히려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는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선물이 될 수는 없을까.
달을 따 달라는 공주의 엉뚱한 요구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 말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를 먼저 따지기보다 그 말의 겉뜻 너머에 있는 것을 듣고 싶었다. 이 아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이 두 이야기를 따라가며 인공지능에게 그림을 그리도록 요청했다. 그런데 작업을 계속하다 보니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이야기를 정해 놓고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인지, 그림이 나에게 다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나는 그림 앞에서 자주 물었다. “너는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니?” 그리고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림 속 인물의 표정을 보고, 배경의 작은 사물을 바라보고, 우연히 생겨난 장면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그러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그곳에서 슬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그것을 다시 글로 옮겼다.
그렇게 이 책이 만들어졌다. 돌이켜보면 《이종대왕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듣기 연습이었다. 사람의 말을 듣고, 그 말 뒤에 있는 마음을 듣고, 오래된 이야기를 다시 듣고, 그림이 들려주는 목소리를 듣는 일이었다.
어쩌면 세상은 언제나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무와 바람이 말하고, 아이가 말하고, 그림이 말하고, 오래된 이야기가 다시 말을 건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듣지 못하고 지나칠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을 만들고 난 뒤 내게 한 문장이 남았다. 귀를 열면 마음이 열리고, 마음을 열면 세상이 열린다.
이 작은 책을 덮은 뒤, 독자들이 잠시라도 자기 곁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아주 작은 그 소리 속에서 지금까지 미처 듣지 못했던 하나의 마음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예정도서 등록 정보(출판사 제출)
《이종대왕 이야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옛이야기에서 출발해 ‘듣는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새롭게 묻는 창작 그림책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야기와 달을 따 달라고 조르는 공주의 이야기를 한데 엮어, 서로 다른 두 이야기를 ‘귀’와 ‘듣기’라는 하나의 주제로 연결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남들과 다른 커다란 귀 때문에 상처받은 한 왕자가 있다. 어린 시절 사람들의 놀림을 받으며 마음의 귀까지 닫아 버렸던 왕자는 어머니로부터 “큰 귀는 더 많은 마음을 들으라고 주신 하늘의 선물”이라는 말을 듣는다. 자신의 결핍이라고 여겼던 큰 귀가 다른 사람의 작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세월이 흘러 임금이 된 그는 더 이상 자신의 귀를 감추지 않는다. 오히려 큰 귀로 백성들의 목소리와 마음의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마침내 신하들 앞에서 자신의 부끄러움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백성들의 목소리를 잘 들으려면 귀가 커야 한다며 신하들에게도 귀를 잡아 늘여 보라고 한다. 열등감의 상징이었던 귀가 타인과 소통하는 통로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 무렵 눈이 보름달처럼 큰 공주가 태어난다. 동화책을 좋아하며 자란 공주는 어느 날 하늘의 달을 갖고 싶다고 조른다. 임금은 아이의 요구를 엉뚱한 말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정식 어전회의의 안건으로 올린다. 신하들은 달까지의 거리를 재고, 높은 탑을 세우고, 비용을 계산하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공주의 요구에 응답한다.
달을 실제로 따오는 일은 이루어지지 않지만, 그 엉뚱한 시도는 뜻밖의 결과를 낳는다. 화공들은 잡을 수 없는 달을 그림에 담고, 궁궐에서 시작된 달 그림은 마을로 퍼져 나간다. 사람들은 달을 바라보며 시를 짓고 글을 쓰며, 달빛 아래 길을 만들고 다리를 놓는다. 손에 넣지 못한 달이 오히려 수많은 이야기와 예술과 문화를 낳는 것이다.
이처럼 《이종대왕 이야기》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의 의미도 새롭게 바라본다. 아이의 엉뚱한 요구에 곧바로 “안 된다”고 말하기보다 먼저 그 말을 들어 주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누군가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귀로 소리를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라 그 말 뒤에 숨어 있는 마음과 욕구, 꿈과 상상까지 받아들이는 일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에서 ‘귀’는 단순한 신체기관이 아니다. 귀는 나와 타인을 이어 주는 문이며, 인간과 세상을 연결하고 더 멀리 우주와도 이어 주는 상징이다. 책의 주제곡에서 반복되는 “귀를 열면 마음이 열려”라는 표현과 “사람과 세상 그리고 우주”가 하나의 노래가 된다는 구절은 이러한 작품의 중심 생각을 잘 드러낸다.
《이종대왕 이야기》는 익숙한 전래 이야기의 재담과 유머를 빌리면서도 열등감과 자기수용, 경청과 공감, 상상력과 창조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무엇보다 남들과 다른 특징을 없애야 할 결함으로 바라보지 않고, 세상과 더 깊이 관계 맺을 수 있는 가능성으로 전환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결국 이 책이 독자에게 건네는 질문은 단순하다. 나는 지금 무엇을 듣고 있는가.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말 너머에 있는 마음까지 듣고 있는가. 큰 귀를 가진 임금과 달을 갖고 싶었던 작은 공주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듣는다는 것은 타인에게 마음의 자리를 내어 주는 일이며 세상을 내 안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생각에 닿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의 이야기는 한 문장으로 모아진다.
귀를 열면 마음이 열리고, 마음을 열면 세상이 열린다.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부가기호 05810: 독자 대상 교양 · 발행 형태 전자출판물 · 내용 분류 문학.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 · 부가기호 뜻은 국립중앙도서관 ISBN 안내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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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출판사에서 2026-09-18 출간 예정으로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에 출간예정으로 등록됐던 도서입니다. 실제 출간·판매 여부는 서점에서 ISBN 9788998681319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영식 / 비전출판사. 출간 후 상세 정보가 갱신됩니다.
전자책으로 출간 예정입니다. 정가는 10,000원입니다.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예정도서 등록 기준이며, 별도 판형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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