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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순 시인은, 우주적 인연에 대한 관조가 성숙을 보여주는 시편에서 타인과의 거리감을 성숙의 과정으로 수용하고, ‘인드라망’과 ‘만다라’의 불교적 사유를 음악적 선율에 얹어 연분을 아름답게 완성해 나간다.
식물적 상상력을 통한 생명력과 삶을 포착하는 시편에서는, 꽃의 개화가 겨울을 견뎌낸 생명의 역동성을 감각적으로 나타내는 표지로 작용한다. 척박한 현실에서 낮은 곳을 향한 그리움의 환대를 ‘각시붓꽃’을 통해 드러내고, 자기희생과 타인을 이롭게 하는 시적 대상으로 ‘쑥부쟁이’를 형상화 시킨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소멸의 응시와 실존적 치유를 노래한 시편에서는, 환절기의 소멸 앞에 유한한 인간의 쓸쓸함과 슬픔, 그리고 연어처럼 존재의 시원으로 회귀하는 생의 뒤안길을 장엄하게 그린다. 「툇마루 달그림자」에서 보듯 사리 분별력이 분명한 아버지에 대한 잊히지 않는 추억이 ‘궁남지 연꽃’이라는 풍요로운 생명력으로 승화된다. 「등대」의 숭고한 사랑과 폐허에서 ‘새순’을 밀어올리는 「마음 저 편」의 의지는 균열을 받아들이고 문학적 ‘화룡점정’을 이루려는 구도자적 태도를 대변한다. - 박덕은 (문학박사, 광주특별시문인협회 회장)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예정도서 등록 정보(출판사 제출)
평설
김애순 시인의 제3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박 덕 은
(문학박사, 전 전남대학교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1. 김애순 작가론
가) 문학적 자양분과 실존적 출발점
청아靑雅 김애순의 문학은 학식 있는 가문의 내력(’서당집 손녀딸’)과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유년의 도서관 경험에서 싹을 틔웠다. 초등학교 시절 동시로 최우수상을 받으며 조기 발현된 문학적 재능은 전남여중과 전남여고를 거쳐 광주교육대학교 국어반 시절 교지 권두시 발표와 방송 출연 등으로 이어지며 단단해졌다. 특히 청소년기 장티푸스로 사경을 헤매며 겪은 ‘오동나무 고샅과 메밀꽃밭’의 임사臨死 체험은 그에게 삶과 죽음, 환상과 실존의 경계를 응시하게 만드는 근원적인 시적 트라우마이자 자산이 되었다. 이후 36년간의 헌신적인 교직 생활과 섬 분교장 시절의 고독은 그의 시 세계를 단순한 감상에 머물게 하지 않고, 존재를 위로하는 따뜻한 시선으로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나) 문학적 연대기와 성과
1995년 계간 《문학춘추》 신인상으로 등단한 후, 2000년 《문예사조》를 통해 중앙 문단에도 이름을 알리며 시인의 문학적 영토는 확장되었다. 제1시집 『오동꽃 필 때면』에서 시작해 제2시집 『겨울 그 뒤』를 거쳐 제3시집 『곁, 문득 그리운』에 이르기까지, 시인의 언어는 점차 정제되고 깊어졌다. 전남문학상(제38회)과 전남문인협회 공로상을 수상하고, 전남문학 편집장 및 광주문인협회 부회장 등 지역 문단의 중추적인 역할을 역임하며 치열한 문학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다) 주요 시 세계 분석
김애순의 시는 ‘매사에 최선을 다하자’는 전인적 인생관을 바탕으로, 상처를 응시하되 끝내 치유를 지향하는 건강한 서정성을 지니고 있다.
김애순 시 세계의 삼각축은 다음과 같다.
① 우주적 인연과 교감의 미학
시인은 세상을 홀로 존재하는 고립된 섬으로 보지 않고, 모든 존재가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인드라망’적 세계관을 보여준다(「독백」). 표제작 「곁, 문득 그리운」에서 알 수 있듯, 타인과의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단절이 아닌 서로 ‘뿌리까지 물들어가는’ 성숙의 계기로 삼으며, 스스로를 삶의 운명을 짜는 ‘푸른 직녀’로 형상화한다.
② 식물적 상상력과 낮은 곳을 향한 환대
김애순의 시에서 식물(꽃)은 시인 자신의 투사이자 가련한 인간의 초상이다. 「각시붓꽃」이 고단한 ‘층계 진 삶’에서 피워낸 보랏빛 기별이라면, 설화를 바탕으로 한 「쑥부쟁이」는 첫정의 외로움을 품고도 타인을 위해 단비를 주는 이타적 존재이다. 특히 인생을 ‘파랄 수도 붉을 수도 없는 뒤섞인 연보라 꽃잎’으로 정의하는 대목은 슬픔과 기쁨이 버무려진 삶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는 시인의 원숙한 시선이다.
③ 귀소 본능과 실존적 치유 그리고 비움의 미학
노년에 접어든 화자의 시선은 존재의 시원인 고향과 부모로 향한다. 「귀소의 늪」에서는 혈기 잃은 삶의 뒤안길에서 ‘무소유 꽃불’을 피우려 하고, 「툇마루 달그림자」에서는 과묵했던 아버지에 대한 서러운 기억을 ‘궁남지의 연꽃’이라는 찬란한 생명력으로 정화한다. 나아가 「풍경 소리」에 이르러 시인은 번뇌의 조임줄을 내려놓고 장자가 말한 ‘소요유逍遙遊’의 절대적 자유와 비움에 도달한다.
라) 폐허에서 밀어 올리는 ‘새순’의 화룡점정
김애순 시인은 시력이 나빠지는 육체적 한계와 흘러가는 세월 앞에서도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그는 「마음 저 편」에서 잘려 나간 고목 가장자리에서 끈질기게 돋아나는 ‘새순’을 바라보며 생의 내력을 이어간다. 그녀의 시는 이생의 발자국 소리가 바람처럼 사라질지라도,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해 하얀 밤을 지새우는 「등대」의 외로운 성자처럼 존재한다. 고독과 슬픔을 발효시켜 끝내 아름다운 문학적 ‘화룡점정’을 찍고자 치열하게 정진하는, 청아靑雅 김애순의 문학적 여정은 여전히 푸르게 갱신되는 중이다.
2. 김애순 작품론
김애순 시인의 제3시집 『곁, 문득 그리운』에 수록된 다음 네 편의 시, 즉 「곁, 문득 그리운」, 「독백」, 「봄날」, 「꽃샘 눈」은 존재의 근원적인 고독과 인연의 오묘함, 그리고 자연의 순환 속에서 피어나는 생의 서정을 깊이 있는 언어로 직조해내고 있다. 시인은 삶을 관조하는 따뜻하면서도 예리한 시선으로 시간과 공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성을 탐구한다. 김애순 시인의 시 세계는 ‘인연에 대한 깊은 사유’와 ‘시간의 흐름을 포착하는 감각적 언어’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시인은 지상에서의 삶을 단순히 흘러가는 것으로 보지 않고, 우주적 인연의 실실이 모여 하나의 피륙을 짜나가는 ‘직조織造’의 과정으로 인식한다. 그녀의 시에서 자연(라일락, 연꽃, 홍매화, 꽃샘 눈)은 인간의 감정과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다. 겨울의 고통을 견디고 새봄을 맞이하는 생명의 에너지는, 고독 속에서 그리움을 비우고 채우며 성숙해가는 인간의 내면과 닮아 있다.
그중에서 「곁, 문득 그리운」을 살펴보자.
공명의 거리
초행길 동행하다
이름 바랜 비망록 어느 길목에서
가끔 마주치는 낯선 해후
저마다 사유의 뿌리 뻗으면서도
명도 다른 붙박이로 광채 발하며
어느새 한 표적 밝히고 있는
우주 작은 공간 인연 꽃
호수에 잠긴 수면에서도
오묘한 시간의 익숙함에
잔물결도 일지 않는 산 그림자 품어
눈빛 하나로 도화 동백 피워내느니
가깝다는 것은 벽이 없는 걸까
내밀한 언어 마디도 한통속으로 스며
대나무 몸통 키우며 서성이는 날들
다가가 숨결 이슬에 젖어보아도
라일락 감싼 공기의 살결이여
오늘도 생존의 보풀 한 올 사려 들고
운명의 피륙을 직조하는
지상에 존재하는 푸른 직녀
곁에 있어도
문득 그리운 건
비우며 채우며 쌓여가는
인연의 등걸 세월 무늬인가
지금은
뿌리까지 물들어가는 것을.
- 「곁, 문득 그리운」 전문
이 시는 표제작답게 핵심 정서인 ‘그리움’과 ‘인연’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낸다.
인간은 타인과 연대하면서도 동시에 철저히 혼자다. 이러한 실존적 한계를 문학 이론에서는 ‘존재론적 고독’이라 부른다. 이 시는 바로 그 지점, 즉 타인과 함께하면서도 느낄 수밖에 없는 근원적 그리움의 정서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러나 시적 화자가 포착한 그리움은 단절이나 소외로 인한 슬픔의 찌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나와 타자가 서로에게 스며드는 ‘상호 주체적 물듦’이자, 인간 정신이 한 단계 도약하는 성숙의 과정으로 그려진다. 곁에 있어도 문득 그리운 감정은 상대와의 거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고유한 단독자로서 빛을 발하면서도 결국 하나의 거대한 인연으로 묶여 있음을 깨닫는 우주적 신비에 가깝다. 이러한 관계의 신비는 시 속에서 동양적 관조의 미학을 통해 극대화된다. “잔물결도 일지 않는 산 그림자 품어/ 눈빛 하나로 도화 동백 피워내느니”라는 구절은 주객합일主客合一과 이심전심의 동양적 정신주의 비평의 시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백미다. 외물外物의 요동에 흔들리지 않는 고요한 내면(잔물결도 일지 않는 산 그림자)이 존재할 때, 비로소 언어를 초월한 깊은 교감(눈빛 하나)이 가능해진다. 언어적 수사나 물리적 접촉 없이도 침묵 속에서 도화와 동백이라는 생명의 꽃을 피워내는 행위는, 대상을 소유하려 하지 않고 그 자체로 비추어보는 관조적 태도가 도달할 수 있는 미학적 극치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순응과 관조의 세계 속에서도 시적 화자가 결코 수동적인 객체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시적 화자는 자신을 “지상에 존재하는 푸른 직녀”로 명명한다. 이는 신화론적 비평과 페미니즘 비평의 관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재해석이다. 설화 속 직녀가 단절된 세계에서 견우를 기다리며 눈물짓는 수동적 인물이었다면, 이 시의 ‘푸른 직녀’는 매일의 삶이라는 주어지거나 지워진 운명의 실을 스스로 짜 내려가는 능동적인 창조자다. ‘푸른’이라는 색채 이미지는 직녀가 가진 생명력과 주체성을 시각적으로 보증한다. 시적 화자에게 운명이란 순종해야 할 절대적 굴레가 아니라, 자기 손으로 직접 직조해 나가야 할 예술적 대상인 것이다. 결국, 시의 대미를 장식하는 “뿌리까지 물들어가는 것”은 타자에게 나를 잃어버리는 맹목적 종속이 아니다. 그것은 주체적인 존재로서 자신의 운명과 타자와의 인연을 온전히 껴안는 ‘아름다운 결단’이다. 개별성을 유지한 채 전체로 스며드는 이 물듦의 미학을 통해, 시적 화자는 인간이 가진 근원적 외로움을 우주적 인연의 따스함으로 치유해 낸다. 이 시는 고독을 성숙으로, 운명을 주체성으로 승화시킨 고요하고도 강렬한 성취다.
이번에는 「독백」의 내면으로 들어가 보자.
수십 여 년 전
눈 내리던 이브의 그 밤
불꽃의 선율 하나
사막의 오선지에 획을 그었소
저음의 안단테로 막오른 소나타
쉼표로 흩어져있던 음표들이
저마다의 꼬리를 달고
오선의 여백을 넘나들었소
그날 이후
후광 맑은 영혼을 품고
오솔길 찾아들었지요
선선한 솔바람과 계곡물 소리
널찍한 바위 틈새에 스며 나는
숲 내음에 인드라망 호흡하고
어느 날은
부치지 않을 편지를 썼지요
함께 해도 늘 그리워서
들꽃 매무새에 끌려서
햇살 웃음 나누고 싶어서
지금까지 토닥이며 굵어 온
연분 만개한 연못에
만다라 새겨두고 꽃 피우며
연향의 언어들 직조해가요
가시연꽃 벙글어
은은한 향기 피어나는
어느 후일 기다리며.
- 「독백」 전문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곁, 문득 그리운 / 차례
시인의 말
축시_박덕은
제1부 곁, 문득 그리운
곁, 문득 그리운
꽃자리의 꿈
홍매화
강변 찻집
독백
녹차를 우려내며
엉겅퀴
그리움
무등산
토함산 해돋이
모항의 윤슬
봄날
삶의 미학
사랑
매화 향기
꽃샘 눈
고향의 봄
녹색의 방
그리고 가끔은
이팝나무꽃
제2부 어느 여름의 여운
각시붓꽃
동적골 장음계
가지치기 그 후
어느 여름의 여운
쑥부쟁이
바닷가 단상
오월 장미
용마루길
수국 꽃밭에서
광야 사자 소리
불면
달맞이꽃 설화
해바라기
빛의 보살상
물레방아 정경
풍경 소리
치자꽃
명사십리 밤 파도
그리움은 옛집 가득
제3부 바람 부는 날 찻집에서
가을비
어떤 사랑
회한
석류
귀소의 늪
바람 부는 날 찻집에서
장불재 억새
도라지꽃
삐비꽃 피는 언덕
11월
들산재 오르며
툇마루 달그림자
노송
나이테
세월 강
바람꽃
붉은 달
구절초
어떤 고백
제4부 아직도 못다 한 말
섬의 뜨락에서
입동 무렵
눈꽃
그해 겨울
살아가노라면
호수
호접난
기우杞憂
소릿재 애환
백화
태풍 불던 밤
등대
마음 저 편
간이역 가는 길
노을
가시나무새
그리움·2
아직도 못다 한 말
유년의 기억 하나
평설
김애순 시인의 제3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박덕은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부가기호 03810: 독자 대상 교양 · 발행 형태 단행본 · 내용 분류 문학.
분량·판형: 186쪽 · 판형 125*200.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 · 부가기호 뜻은 국립중앙도서관 ISBN 안내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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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시와사람에서 2026-09-30 출간 예정으로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에 출간예정으로 등록됐던 도서입니다. 실제 출간·판매 여부는 서점에서 ISBN 9788956658681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애순 / (도서출판)시와사람. 출간 후 상세 정보가 갱신됩니다.
종이책으로 출간 예정입니다. 분량은 186쪽입니다. 정가는 12,000원입니다.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예정도서 등록 기준이며, 별도 판형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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