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이 닿지 않는 곳에서 시작되는 연결
이 책은 의학 보고서도, 보호자의 수기도 아니다. 가족도, 돌봄자도,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어째서 한 사람에 대해 쓰는가. 그 쓰기가 당사자의 삶을 대변할 수 있는가. 물음을 해결하지 않은 채로, 작가는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책에 등장하는 '호경'은 초기 치매 진단을 받은 실존 인물로 20년 동안 일본에 거주하다가,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져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 희미해진 기억 사이, 외국어가 모국어보다 더 편했던 '호경'에게 한국에서의 기억은 낯설기만 하다. '치매'는 나 자신을 잊는다는 두려움과 함께, 감정조절과 일상 생활이 어렵게 되면서 온가족에게 짐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공포를 준다. 취약해진다는 것, 자신을 잃는다는 것, 이 모든 두려움 속 '호경'이 있다. 호경을 쓴다는 것은 호경의 기억 속 공백을 찾는 일과도 같다. 하지만, 작가는 호경의 기억 찾기를 서두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 망각의 역사에서 호경 쓰기를 계속한다. 완벽한 퍼즐이 아니더라도, 지워진 그림의 일부라도, 우리의 삶은 망각된 것과 공백을 다시 쓰면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비평가의 말
이인현의 『호경』은 이러한 ‘기억 문학’의 계보 위에서 읽히는 작품이다. 저자가 초기 치매 당사자인 ‘호경’을 만나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한 이 텍스트는 크게 사진과 그림, 자필 메모, 문자메시지 등 주변적 자료를 병치하며 입체감을 만드는 아상블라주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또 한 명의 대표적인 기억의 문학가 W. G. 제발트를 연상시킨다. 기억의 공백과 그 공백을 현재의 위치에서 다시 쓰는 『호경』은 자신의 글쓰기가 기억 문학의 두터운 계보와 맞닿아 있음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의식하며 읽을 때에도, 『호경』은 분명 우리에게 생경한 감각을 선사한다. 그것은 기억이라는 테마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 텍스트만의 특정한 태도가 책의 형식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1장에서 7장에 이르기까지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호경』이 시점과 서술 형태를 포함한 자신의 모습을 매번 다른 형태로 변주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문학적 장식 같은 것이 아니다. 『호경』이 수행하는 변주는 기억의 빈 자리를 새로운 서사 생성의 원리로 삼는 작품의 미학적 장치인 동시에, 기억을 쓴다.
- 최가은
문학평론가. 2020년부터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함께한 책으로 『시, 인터-리뷰』(자음과모음, 2022), 『페미니즘 리부트 시대, 다시, 고정희』(소명출판, 2022) 등이 있다.
추천사
낯선 이들이 서로를 기다리게 되는 일은 언어로 설명하기 힘들다. 인현과 호경의 대화에는 호경의 잃어버린 과거가 담긴 사진과 편지가 출몰한다. 사진에 대한 기억은 불완전하고, 편지 속 마음은 전해지지 않는다. 두 사람의 대화는 기억과 마음의 공백을 채우지 못한다. 대신 아무리 쌓여도 흐릿한 흔적들을 겹겹이 남긴다. 거기에 비밀이 똬리를 튼다. 두 사람이 함께 맴돌 때, 답을 모르기에 영원히 응답할 수 있고, 서로를 영원히 기다릴 수도 있게 하는 비밀이 만들어졌다. 그 비밀까지 전하기 위해 인현은 진실과 허구를 엮어 소설로 만들어야 했을까. 사진, 편지, 대화, 그 무엇으로도 온전히 붙잡을 수 없지만 함께 만들어낸 것, 서로에게 시간을 내어주며 만들어낸 것은 기억도 마음도 아닌 영혼이다. 이 책은 두 사람을 잇고 한 사람 주위를 맴돌게 하는 그 주술적 공백에 대한, 그러므로 영혼에 대한 이야기다. 이해되지 않아도 기어코 느껴지는 영혼의 여정에 당신을 초대한다.
- 안희제
작가, 문화인류학 연구자. 소수자 인권 운동에 발을 걸치고 대중문화 한복판에서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과 감정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글을 써 왔다. 『사랑과 안정』, 『증명과 변명』, 『망설이는 사랑』 등을 썼다.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정말? 거짓말!
서슴는 사람
이중 노출
우리는 우리 자신도 알지 못하는
당신은 언제 오나요?
유리
호경이 쓴 편지 속 시
해제| 비밀과 답장_최가은
작가의 말 : 약한 고리가 되다
치매의 언어
감사의 말
참고문헌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부가기호 03810: 독자 대상 교양 · 발행 형태 단행본 · 내용 분류 문학.
분량·판형: 310쪽 · 판형 120*210.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 · 부가기호 뜻은 국립중앙도서관 ISBN 안내 기준
이 책은 의학 보고서도, 보호자의 수기도 아니다. 가족도, 돌봄자도,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어째서 한 사람에 대해 쓰는가. 그 쓰기가 당사자의 삶을 대변할 수 있는가. 물음을 해결하지 않은 채로, 작가는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인현 (지은이), 히스테리안 펴냄)
히스테리안에서 2026-09-09에 출간했습니다. ISBN 9791199983915.
이인현 (지은이)입니다. 자세한 저자 소개는 출판사(히스테리안) 제공 자료를 참고하세요.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ISBN 9791199983915으로 검색하면 정확한 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정가는 18,000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