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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휘두른 것은 농협이 아니었다. 농협은 칼을 맞은 쪽이었다."
2026년, 정부는 농협을 향해 네 번째 칼을 빼 들었다.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외부 독립 감사기구 신설, 정부 감독권의 지주·자회사 확대. 명분은 '조합원 주권의 회복'이다. 농협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국민의 95.1퍼센트, 조합원의 94.5퍼센트가 찬성했다. 분노는 정당하다. 그런데 이 책은 묻는다. 왜 농협 개혁은 늘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가.
1988년 조합장·중앙회장 직선제, 2000년 농·축·인삼협 통합, 2012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명분은 매번 그럴듯했으나 결과는 매번 닮아 있었다. 통합을 해도, 분리를 해도, 선거 방식을 바꿔도 중앙회의 권력은 줄기는커녕 더 비대해졌다.
25년간 축협과 농협중앙회를 출입해 온 농업전문기자인 저자는 그 이유를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 중앙회의 비대함과 회장의 제왕적 권력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 곧 종속변수라는 것. 진짜 원인은 읍·면에 갇힌 회원조합의 영세성이다. 회원조합이 작을수록 중앙회는 커진다. 이 인과를 거꾸로 읽는 한, 네 번째 개혁도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
책은 1957년 농협법 제정에서 2026년 농협법 개정 논쟁까지 65년을 통째로 훑는다. 관치 40년이 농협에서 앗아간 '유통의 근육', 저자가 '잃어버린 36년'이라 부르는 그 공백. 60년을 버틴 신경분리 방어선이 2008년 여름 한 달 사이의 두 인사를 계기로 4년 만에 무너진 과정을 추적한 '두 개의 트로이 목마'. 그리고 분리 13년 뒤의 성적표 — 금융지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동안 경제사업은 만성 적자의 늪에 빠진 현실.
비판에 그치지 않는다. 책의 후반부는 통째로 대안이다. 읍·면 조합을 시·군 단위로 묶는 메가농협 전략과 「농축협 통합 촉진 특별법」, 옥상옥 경제지주의 폐지, 그리고 농협금융지주 지분을 회원조합에 70퍼센트 돌려주어 금융 수익을 조합원에게 직접 배당하자는 구상까지. 저자는 그 답이 이미 농협 자신의 역사 안에 있다고 말한다. 1980~90년대에 시·군 단위 구조조정을 마친 축협에서, 회원조합이 강해지자 중앙회의 힘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작아졌기 때문이다.
"개혁의 첫 문장은, 회장을 어떻게 뽑을 것인가가 아니라 조합원을 어떻게 잘살게 할 것인가로 시작되어야 한다." 65년 농협사를 관통해 개혁 실패의 문법을 찾아낸, 국내 최초의 본격 농협 개혁 비판서.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왜 지금까지 이런 책이 없었나
농협은 200만 조합원이 주인인 국내 최대급 경제조직이고, 농민의 살림에 가장 가까이 닿아 있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의 도마에 오른다. 그런데 정작 농협을, 그리고 농협 개혁을 정면으로 다룬 단행본은 지금까지 좀처럼 없었다. 농협이 펴낸 사사(社史)와 연구기관의 보고서, 개별 쟁점을 다룬 학술 논문은 있었으나, 65년의 역사와 오늘의 쟁점을 하나의 논지로 꿰어 일반 독자 앞에 내놓은 책은 나온 적이 없다.
최근 농협 문제를 짚어 온 칼럼을 모아 엮은 책이 나오기는 했다. 그러나 그 책과 이 책은 결이 다르다. 칼럼집은 그때그때의 사안에 대한 논평이 시간 순으로 쌓인 것이고, 이 책은 처음부터 **"왜 농협 개혁은 늘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가"**라는 단 하나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작정하고 설계된 원고다. 이 책에서 구성 자체가 논증이다.
65년을 하나의 인과로 꿴다
이 책의 힘은 시야의 길이에서 나온다. 1957년 농협법 제정에서 2026년 농협법 개정 논쟁까지 65년을 통째로 훑되, 연대기적 나열에 머물지 않는다. 협동조합이 무엇인지를 먼저 세우고(제1부), 관치 40년이 농협의 체질에 무엇을 남겼는지 짚고(제2부), 민주화가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바꾸지 못했는지를 확인한 뒤(제3부), 비로소 세 번의 개혁을 나란히 세워 대조한다(제4부). 그리고 그 위에서 대안을 세운다(제5부).
그 끝에서 저자가 도달한 결론은 하나의 문장으로 압축된다. 중앙회의 비대함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며, 진짜 원인은 회원조합의 영세성이다. 세 번의 개혁이 모두 실패한 이유는 종속변수를 독립변수로 착각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 진단이 옳다면, 2026년의 네 번째 개혁도 같은 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25년 출입기자가 쌓은 두께
저자가 25년간 현장을 출입한 기자라는 점도 이 책을 다르게 만든다. 통합에 반대하다 블랙리스트에 올라 끝내 중앙회에 들어가지 못한 구축협 인사들의 증언, 신경분리가 결정되던 시기의 정황, 경제 부문이 왜 별도 지주로 떨어져 나갔는지에 관한 뒷이야기 — 문헌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대목들이 서술의 두께를 만든다.
특히 제12장 '두 개의 트로이 목마'는 2008년 여름 한 달 사이의 두 인사에서 출발해, 60년을 버틴 방어선이 4년 만에 무너진 과정을 연표로 재구성한다. 저자는 「들어가며」에서 이 대목의 일부가 "객관적 경력의 흐름 위에 작가의 상상력을 얹은" 서술임을 스스로 밝혀 두고 있다. 사실과 해석의 경계를 독자에게 먼저 알리는 이 태도가, 도리어 서술의 설득력을 높인다.
비판에서 멈추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책은 진단으로 끝나지 않는다. 5부 전체가 대안이다. 읍·면 조합을 시·군 단위로 묶는 메가농협 전략과 가칭 「농축협 통합 촉진 특별법」, 옥상옥 경제지주의 폐지, 그리고 농협금융지주 지분을 회원조합에 70퍼센트 돌려주어 금융 수익을 조합원에게 직접 배당하자는 구상까지, 숫자와 순서가 붙은 청사진을 내놓는다.
그러면서 개혁의 성패를 재는 잣대는 오직 하나여야 한다고 말한다. 조합원의 삶이 나아졌는가. 직선제를 도입했느냐, 감사기구를 세웠느냐가 아니라 농산물이 제값에 팔리는가, 농자재가 싸게 공급되는가, 배당이 농가의 통장으로 돌아가는가.
농협법 개정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지금, 농정 담당자와 국회, 농협 임직원과 조합원, 그리고 농업 문제에 관심을 둔 시민 모두에게 던지는 가장 구체적인 반론이자 대안이다.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들어가며 — 기나긴 여정을 시작한다 프롤로그 — 농협은 누구의 것인가
제1부 태동 : 협동조합 운동에서 농협 출범까지 제1장 해방의 토양과 협동조합 운동 제2장 농협법 제정과 농협의 출범
제2부 농정 집행기관으로서의 40년 (1961~1990) 제3장 군사정부와 관치 농협의 제도화 제4장 비료, 국유화된 산업의 유통을 떠맡다 제5장 추곡수매와 농협 — 정책의 손발이 되다 제6장 리·동 단위에서 읍·면 단위로 — 첫 번째 구조개혁
제3부 농협에 요구된 새로운 역할 (1990~2000) 제7장 관치의 종식과 조합장 직선제 제8장 '준비되지 않은 민주화'의 그늘 제9장 시장개방과 변화된 역할 요구
제4부 세 번의 개혁 : 무엇을 고치려 했고, 왜 실패했나 제10장 2000년 농·축·인삼협 통합 — 중앙회 슬림화의 좌절 제11장 축협 구조조정이 남긴 교훈 제12장 2012년 신경분리 — 잘못 휘두른 칼날 제13장 반복되는 선거제도 개편의 한계 제14장 2026년 4차 개혁 — 정치개혁으로 변질된 경제조직 개혁
제5부 진단과 대안 : 진정한 농협개혁의 방향 제15장 거꾸로 선 진단 — 독립변수와 종속변수 제16장 회원조합 영세성의 해부 제17장 메가농협 — 광역화가 답이다 제18장 지주제 폐지와 지분 배분 — 이익을 주인에게 제19장 협동조합 운동의 복원 — 또 하나의 독립변수 제20장 개혁의 순서와 절차 — 공론화 없는 개혁은 또 실패한다 제21장 진정한 농협개혁의 청사진
에필로그
부록 부록 1 한국 농협 65년 연표 부록 2 농협 조직 구조의 변천 부록 3 광역화(메가농협) 주요 사례 부록 4 세 번의 개혁 비교 부록 5 농협개혁추진단의 진단에 대한 반론 — 팜인사이트 칼럼 모음
참고문헌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부가기호 93300: 독자 대상 전문 · 발행 형태 단행본 · 내용 분류 사회과학.
분량·판형: 232쪽 · 판형 153*225.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 · 부가기호 뜻은 국립중앙도서관 ISBN 안내 기준
팜커뮤니케이션에서 2026-08-31에 출간했습니다. ISBN 9791196856861.
김재민 (지은이)입니다. 자세한 저자 소개는 출판사(팜커뮤니케이션) 제공 자료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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