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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漢字)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자 가운데 하나이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고대 이집트의 성서자(聖書字, 신성문자), 수메르의 설형문자(楔形文字), 아메리카의 마야문자 등 세계의 다른 고대 문자들은 이미 차례로 역사박물관에 들어가 관람의 대상이 된 반면, 한자만은 오늘날까지 현실의 언어 소통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문자가 되었다.
한자가 이처럼 오랜 생명력을 유지해 온 까닭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그 가운데 매우 중요한 하나는 한자 서사(書寫)에 기반한 미학 관념이 형체구조 체계의 발전과 변천을 떠받쳐 왔다는 점이다. 한자는 전승과 발전의 이른 초기 과정에서 이미 풍부한 심미 경험과 서사 기교를 축적하였다. 이러한 경험과 기교는 한자가 지닌 언어 소통 통로의 광범한 침투성을 통해 사람들의 문자 심미 의식을 길러 왔고, 한자 미학을 추구하려는 열정을 끊임없이 자극하였다. 이러한 심미적 추구는 문자 서사에서 사승(師承)을 중시하고 범식(範式)을 숭상하도록 이끌었다. 그 결과 한자는 각 역사 단계에서 비교적 안정된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고, 동시에 언어 소통 기능도 끊임없이 이어가며 장기간 강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장기적 전승과 시대에 따른 발전은 다시 한자의 심미 추구에 풍부한 자원과 영감을 제공하여, 상대(商代)에서 서주(西周)로, 춘추전국에서 진한(秦漢)으로, 위진(魏晉)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갑골문·금문·전국문자·예서·초서·해서 등 여러 서체를 탄생시켰다. 한어를 기록하는 서사 부호로서의 한자는 중국문명 5천여 년의 역사적 전개를 담아 왔고, 중국민족의 유구한 문화 기억을 축적하였으며, 고금과 남북을 관통하고 한어의 통일을 유지하는 데 중대한 공헌을 하였다. 동시에 한자 자체도 중국 전통문화 체계에서 찬란한 미학적 요소로 자리 잡았다.
한자 발전사를 심미의 관점에서 다룬 종래의 논의는 대체로 한대 이후의 서예 차원에서 집중해 왔다. 그 까닭은 이 시기 이후 종요(鍾繇)·왕희지(王羲之)·안진경(顔眞卿)·유공권(柳公權)·소동파(蘇東坡)·황산곡(黃山谷)·조맹부(趙孟頫)·동기창(董其昌)·왕탁(王鐸)처럼 널리 숭배된 서예가가 시대마다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한대 이전의 한자 심미 활동은 전세 문헌에 명확한 기록이 부족하고, 출토 문헌의 관련 정보도 오랫동안 역사 속에 묻혀 있었으므로 그간 충분히 드러나지 못하였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이 책은 탐색의 초점을 출토 고문자 자료에 두고, 그 속에서 선한(先漢) 시대 한자 심미 관념의 여러 정보를 발굴하고자 한다.
한자의 조자(造字)는 자의(字義)가 가리키는 사물의 형태를 근거로 하여 “그 사물을 그려 내고, 형체를 따라 굽이굽이 표현한다(畫成其物, 隨體詰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한 글자의 취상(取象)은 흔히 삶의 풍운 속에서 가장 잊기 어려운 한 순간을 포착하여 고정한 것이며, 이러한 최초의 심미적 선택이 한자 형체구조의 아름다움이 발전할 수 있는 첫 밑천이 되었다. ‘위(爲)’자에 담긴 코끼리 길들이기의 기억, ‘문(聞)’자에 담긴 원거리 보고를 듣고자 하는 갈망의 형상, ‘분(焚)’자에 담긴 사냥과 농경의 일체화된 장면, ‘휴(休)’자에 담긴 비호(庇護) 정서, ‘곤(困)’자에 담긴 교목지사(喬木之思) 등은 모두 조자 초기 형체구조 미학의 창의성을 선명하게 보여 준다.
표의문자인 한자는 초기의 단계에서는 취상이 비록 풍부하였지만, 언어 소통 효율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형체구조의 발전은 양난(兩難)에 직면하게 되었다. 어휘를 기록한다는 측면에서는 자형에 대응하는 어의가 매우 풍부하고 다양하므로 취상 또한 이에 상응하여 풍부하고 다양할 필요가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문자의 인지·기억과 서사 편의의 측면에서 본다면 지나치게 많은 형체구조 단위는 기억 부담을 늘리고, 지나치게 복잡한 자형은 인식과 서사 효율을 떨어뜨린다. 이로써 발신(서사)과 수용(식기)의 양극 사이에 깊은 모순이 생긴다. 한자 형체구조의 발전은 이에 대응하여 비교적 간결하고 한정된 형체구조를 기본적인 조자·표의 단위로 선택하고, 그에 보다 많은 의미 내용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렇게 선택된 표의 자부(字符)는 의미의 표현이라는 차원에서 계속 새로운 기능을 부여받아, 처음에는 단순했던 표의 능력이 시대와 함께 확장되고 의미의 풍부함도 높아졌다. 이로써 한자 고유의 ‘내함(內涵)의 아름다움’이 형성되었다.
주역(周易)·미제(未濟)에서 “군자는 이로써 삼가 사물을 분별하여 그 자리에 둔다(君子以慎辨物居方)”고 하였는데, 공영달(孔穎達)의 소(疏)에서는 “뭇 사물을 분별하여 각각 그 자리에 두고, 모두 마땅한 곳에 안착하게 한다.”라고 풀이하였다. 여기서 나온 ‘변물거방(辨物居方, 사물을 분별하여 각각 알맞은 자리에 두다)’ 변물거방(辨物居方)은 주역(周易)․미제괘(未濟卦․상전(象傳)의 “군자는 이를 본받아 신중하게 사물을 분별하고 각각 알맞은 자리에 둔다[君子以愼辨物居方]”에서 유래한다. 변물(辨物)은 사물의 성질과 종류를 구별하는 것이며, 거방(居方)은 그렇게 구별된 사물을 그 성격과 기능에 맞는 위치에 놓는다는 뜻이다. 곧 세계의 차이와 질서를 정확히 인식하여 사람과 사물이 제자리를 얻도록 한다는 의미이다.
은 사물을 세밀하게 분별하고 합리적으로 배치하여 조화롭게 공존하도록 해야 한다는 중국인의 철학적 인식을 보여 준다. 이러한 동방의 지혜는 한자 형체구조의 발전과 변천에도 충분히 구현되었다. ‘어린 시절(童年)’의 연마를 거친 한자는 일찍이 방형(方形)의 특징을 형성하였고, 이는 글자 사이의 조화를 이루었을 뿐 아니라 그 속에 함축된 양변의 대응과 중축(中軸)의 끌어들이는 힘(引力)을 통해 한자 형체구조를 시대와 함께 변화하는 미학적 궤도로 이끌었다. 이러한 한어의 서면 기록 부호는 다시 전통 문학의 형식미 규범을 빚어내어 당시(唐詩)와 송사(宋詞)로 대표되는 중국 문학에서의 언어적 절정미를 성취하였다.
서예의 심미가 ‘자각(自覺)’ 단계에 들어선 것은 대체로 한대 이후의 일로 여겨져 왔다. 「난정서(蘭亭序)」의 20가지 ‘지(之)’자가 저마다 다른 자태를 보인다는 사실은 천년 이상 미담으로 전해졌으며, 이러한 ‘자각’의 전형적 사례로 인정되어 왔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동안 고문자 자료의 발견과 연구가 진전되면서, 서예의 ‘자발(自發)’ 단계로 여겨졌던 선진(先秦) 문자에도 「난정서」의 20가지 ‘지(之)’와 같은 자각적 ‘중복회피(避復)’의 창의성이 적지 않게 존재했음이 드러났다. 게다가 시기별 고문자 자료마다 서로 다른 중복회피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은상 갑골문은 ‘거울상(鏡像, 거울처럼 대칭되는 모습)’의 변화가 주도하고, 서주 금문은 회피 수단이 다원화되면서 그 빈도가 증가하며, 춘추 문자는 이구(異構)가 쇠미하는 대신 이사(異寫)가 발달하고, 전국 문자는 지역적 분화와 미문(美文)에 대한 편중을 보인다. 이는 서사 과정에서 중복을 피하여 문자미를 조성하는 것이 한자 발전사를 관통한 하나의 심미적 노선이었음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문자의 형태는 특정한 문자 매체와 서사 도구의 작용에 크게 좌우된다. 젖고 부드러운 점토판에 갈대 줄기나 나무 막대 같은 날카로운 도구로 새기면 설형문자가 형성되었고, 고대 마야문자는 부드럽고 쉽게 마모되는 사슴 가죽이나 나무껍질에 쓰였기 때문에 선의 선명성과 안정성을 의도적으로 추구하여 정교한 화면감을 지닌 자형을 발전시켰다. 시간적 지속이 훨씬 길었던 한자는 각 단계마다 서로 다른 매체와 서사 도구를 사용하였고, 이러한 변화는 보다 풍부한 형체구조의 미학적 요소를 만들어 냈다. 갑골의 계각(契刻)은 강한 ‘서사 곤경’의 압력 속에서 갑골문의 형태를 빠르게 성숙시켜 규격화의 경지로 이끌었고, 죽간은 제한된 폭에 최대한 많은 글자를 수용하려는 요구에서 ‘결변(缺邊)’이라는 새로운 필사법을 발전시켰고, 종압횡전(縱壓橫展, 가로가 긴 모습)을 통해 예서의 아름다움을 조성하였다. 새인(璽印)은 몸에 지니고 패용해야 한다는 실용성 때문에 문자 생활에 널리 침투하였으며, 제한된 방촌(方寸) 안에 여러 글자를 수용하기 위해 글자 사이의 피양(避讓)과 신장(伸展) 같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예정도서 등록 정보(출판사 제출)
출판설명
범례(凡例)
머리말(前言)
제1장 취상(取象)의 아름다움
제2장 부능의부(賦能義符)—의부에 부여되는 의미 기능
제3장 변물거방(辨物居方)—사물을 분별하여 제자리에 놓음
제4장 중복회피와 변화 추구
제5장 기록 매체가 빚어낸 조형
제6장 정자(正字)의 원류
참고문헌
후기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부가기호 93720: 독자 대상 전문 · 발행 형태 단행본 · 내용 분류 언어.
분량·판형: 430쪽 · 판형 150*200.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 · 부가기호 뜻은 국립중앙도서관 ISBN 안내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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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3에서 2026-09-30 출간 예정으로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에 출간예정으로 등록됐던 도서입니다. 실제 출간·판매 여부는 서점에서 ISBN 9791124090411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지기(劉志基);역자 : 하영삼; / (도서출판)3. 출간 후 상세 정보가 갱신됩니다.
종이책으로 출간 예정입니다. 분량은 430쪽입니다. 정가는 35,000원입니다.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예정도서 등록 기준이며, 별도 판형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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