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숨 머금은 빗금 하나』는 2026-11-10 출간 예정입니다. 출간되면 서점 판매 링크와 함께 이메일로 한 번 알려드립니다.
하재숙 시인의 시 창작의 원천 또한 과거의 기억과 회상에 두고 있다. 지난날의 아름다운 기억을 회상함으로써 지금의 행복을 일구어가는 시인에게 있어 <과거>란 엄청난 시적 자산이 되고 있다. 어쩌면 현재 누리고 있는 행복의 화수분 역할을 하는 것이 자랑스럽고 아름다웠던 지난날이었을지도 모른다.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예정도서 등록 정보(출판사 제출)
하재숙 시인의 시세계
정서적 충동과 박동이 일구어낸
아름다운 시심詩心
박종현(시인)
소중한 시적 자산인 정서적 충동과 박동
파스칼 키냐르는 그의 저서 옛날에 대하여(문학과 지성사, 2010)에서 ‘충동은 의식이 충만한 삶이다. 삶은 비의지적인 반복이다. 충동, 박동, 이 두 가지가 멈추면 삶도 멈추게 된다.’(278쪽)고 했다. 일반적으로 물리적인 생명은 심장박동과 호흡이 멎으면 의사로부터 사망 판정을 받는다. 이에 비해 인간의 정서적 생명은 아름다운 꽃을 보고 정서적 충동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정서적 죽음에 이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정서적 충동이 문학과 예술을 창조하는 원천이다. 물리적 생명은 건강이나 목숨과 연관이 있고, 정서적 생명은 건강뿐만 아니라 개인의 행복이나 자존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재숙 시인의 정서적 충동과 박동은 물리적 건강뿐만 아니라 감동과 행복이 충만한 삶을 영위하는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정서적 충동과 박동은 시적 영감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시인으로서의 시적 감성을 유지시켜 시 창작의 화수분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시인은 어린 시절부터 정서적 충동과 박동이 남달라 지적 호기심과 정서적 세계를 가꾸는데 자신의 역량을 발휘했다. 지금도 물리적인 연령에 비해 매우 젊고 풍부한 감성을 유지한 채 시 창작 활동에 임하고 있다. 정서적 충동과 박동이 활기차게 뛰고 있는 한, 문학적 젊음은 오래오래 유지되어 영원한 문학청년으로 살아갈 것이라 믿는다.
정서적 충동과 지적 호기심이 키운 문재文才
가제 손수건이 내겐 가입학 통지서였다
말도 숫기도 없었던 아이가
온 식구들의 놀람도 무시한 채 요지부동이다
눈 깜짝 않고 왼가슴의 손수건 만지작거리며
엎어질 듯 학교로 내달린다
조회대 앞 반편성 확인 줄 스멀스멀 줄어들 즈음
마지막 홀로 남은 아주 쬐끄만 아이
가제 손수건에 꽂힌 선생님의 여과되지 않은 당황한 눈빛
가능성은 염원 담은 동그란 눈으로 맞받아친다
-이름은 뭐꼬
순간, 어떻게 알릴까 민적에는 재숙이구요
집에서는 영숙이라고 부릅니더
-아버지 성함은
아버지도 둘이었던 게 스쳐 지나갔지만
빛의 속도로 ‘종’자 ‘환’잡니더
어깨를 젖히며 껄껄껄 웃으며 저쪽 줄로 가란다
정수리가 하늘에 닿을 것처럼 붕붕거리고
태어나서 최초로 맛본 성취감에
붙여준 별명이 하필 고집쟁이라니
버무린 말들이 일제히 빗장 걸어 잠근다
-시 「가입학식」 전문
명문가인 진양 하씨 집안에서 태어나 금지옥엽으로 성장한 하재숙 시인은 어릴 때부터 똑똑하면서 공부도 잘하는 참한 학생이었지만 주관과 고집이 제법 센 편이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가입학식날 입학 통지서도 없이 이웃의 언니, 오빠들을 따라 학교에 갔다. 반편성을 위한 인원 점검을 마치자 ‘마지막 홀로 남은 아주 쬐끄만 아이’를 본 선생님은 신입생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인의 이름과 아버지 성함을 묻는다. ‘민적에는 재숙이구요/집에서는 영숙이라고 부릅니더//아버지 성함은/빛의 속도로 종자 환잡니더’라고 대답을 하자, 선생님은 쬐끄만 아이가 신입생이 아님을 알고도 어린아이답지 않은 똑똑한 모습을 보고 ‘어깨를 젖히며 껄껄껄 웃으며 저쪽 줄로 가’라며 입학을 허락한다. 그러면서 정작 스스로는 긴장을 하거나 두려움을 갖기보다는 ‘정수리가 하늘에 닿을 것처럼 붕붕거리고/태어나서 최초로 맛본’ 성취감으로 뿌듯해한다. 그 뿌듯한 성취감을 맛본 대신에 고집쟁이라는 그리 밉지 않은 별명까지 얻는다. 환영받지 못한 입학식이었지만 전체 입학생 중 가장 관심을 많이 받은 인기스타로서 큰 축복을 안고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왼 가슴에 매단 가제 손수건이 입학 통지서가 된 그 당시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말도 숫기도 없었던’ 아이가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혼신을 다해 스스로의 참모습을 보여준 덕분에 또래보다 이른 입학이 가능했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정서적 충동과 새로운 세상을 향한 지적 호기심이 강했기 때문에 자신의 꿈을 성취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여 하재숙 시인의 정서적 ‘충동과 박동’을 발휘할 터전에 입문하게 된다.
또래에 비해 유난히 키가 작은 나
고무줄놀이할 때마다
서로 자기편에 데려가려고 한다
키가 작으면 불리한데도
나만이 알고 있는 노하우가 있어서 그럴까
내가 속한 편이 항상 이겼다
튕긴 고무줄이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순간
용수철처럼 튕겨 오른 내 몸이 고무줄을 낚아챈다
중년을 넘긴 나
위아래로 흔들리는 세상 향해 몸을 날려 보지만
세상은 자꾸 나를 피해 멀어져 간다
내가 입은 바지춤에다 고무줄이라도 넣어볼까,
멀어져 가는 내 어린 날을 당겨오고 싶다
고무줄놀이 명수로 엉겨 살고 싶다
-시 「명수名手」 전문
시인은 공부만 잘했던 것이 아니다. 놀이와 함께 친구들과의 어울림도 매우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음을 알 수 있다. 또래에 비해 유난히 키가 작은데도 불구하고 ‘고무줄놀이할 때마다/서로 자기편에 데려가려’고 했다. 요즘 말로 인기스타였다. 그렇게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고무줄놀이를 할 때 ‘나만이 알고 있는 노하우’를 통해 ‘튕긴 고무줄이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순간/용수철처럼 튕겨 오른 내 몸이 고무줄을 낚아채’는 비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중년을 넘긴 지금은 ‘위아래로 흔들리는 세상 향해 몸을 날려 보지만/세상은 자꾸 나를 피해 멀어져 간’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시인의 처지를 매우 위트 넘치게 ‘내가 입은 바지춤에다 고무줄이라도 넣어볼까,/멀어져 가는 내 어린 날을 당겨오고 싶다’고 표현하고 있다. 고무줄놀이의 명수였던 시인은 어린 시절 칭찬을 듣고, 박수를 받았던 순간을 회상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자기 긍정을 통해 자존감을 키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자신감과 자존감의 원천이 된 것은 정서적 충동과 박동이 이루어낸 성취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글자에 관심이 없어서 문맹인 채 입학한 막내딸
발등에 떨어진 불인 양 다급하게
냉장고, 텔레비전. 세탁기가 선두로 이름표 달고
가나다라마바사도 커튼처럼 벽면을 차지한다
온 세상이 초록초록 할 때
퇴근하는 나를 현관까지 쫓아 나와선
연신 숨넘어가듯이 엄마~!엄마~!엄마~
-할아버지가 억수로 큰 고기를 잡았는데 뼈가지뿐이라…
흥분이 웃음과 밀당으로 말을 삼켜버린 막내
두 눈 빤하게 맞추면서 그냥 웃고만 있었더니
제 가슴을 툭툭 치면서 읽은 책을 들고 나온다
초등학교 입학한 지 3개월만이다
에~엥, 노인과 바다!
어깻죽지 밑에 두 손 넣어 감싸쥐고는
몇 바퀴를 회전했는지
멈춘 건 둘이 다 고꾸라진 후였다
색색거리며 널브러진 우리는
마주 보며 하회탈처럼 웃고 있었다
-시 「손에 든 문고판 소설」 전문
이 시의 화자로 등장하는 시인은 ‘글자에 관심이 없어서 문맹인 채 입학한 막내딸’에 대한 일화를 소개해 놓고 있다. 한글을 깨치지 못한 채 입학한 막내딸이 ‘초등학교 입학한 지 3개월’만에 중고등학생들이 즐겨 읽는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읽어내려가는 것을 보고 강한 정서적 충동을 일으켜 이 시를 창작했다. ‘어깻죽지 밑에 두 손 넣어 감싸쥐고는/몇 바퀴를 회전했는지/멈춘 건 둘이 다 고꾸라진 후였다/색색거리며 널브러진 우리는/마주 보며 하회탈처럼 웃고 있었다’며 모녀가 함께 지적 호기심을 충족한 성취감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막내딸은 초등학교 입학 후, 동급생들이 글을 읽는 모습을 보고 부러움과 함께 심리적 위축감을 느꼈을 것이다. 거기서 스스로에게 실망하거나 낙담하지 않고, 나도 친구들처럼 한글을 읽어내겠다는 강한 충동과 박동, 그리고 지적 호기심을 발로發露하여 결국엔 친구들을 능가하는 학습 능력을 보여준다. 막내딸이 글자를 깨치는 과정은 불교 수행법의 하나인 돈오돈수頓悟頓修를 연상케 한다. 이처럼 막내딸의 한글 깨침 과정을 보면서 일어난 강한 정서적 충동과 박동이 시적 영감을 불러오게 했고 마침내 시 「손에 든 문고판 소설」이란 멋진 성취를 이루어냈다.
삶의 위트와 행복, 화목을 길어 올린 정서적 충동과 박동
제일병원 301호실에 모인 5남매
여지껏,
초췌하고 웃음기 가신 아버지를 뵌 적이 없었다
아버지의 수술은 열었다가 그냥 덮었지만
정작 본인은 세세한 상황 모른 채
낯선 분위기는 바닥을 치고
어둠침침한 무거움 떨치기 위해
작은오빠는 무슨 특단의 조치라도 내린 양
본래의 아버지 모습으로 되돌릴 거란 작심인지
양손을 깍지 낀 채 손방귀를 끼면서
너거들 빨리 밥 먹어야제, 하시는 채근에
-아부지, 우리 점심은 우짜우짜 우짜짜로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1부
마냥 푸르기만 할까
회전근개파열 ∙ 010
이미, 그 모든 것은 예정되어 있었다 ∙ 012
국선도 ∙ 014
중이염 ∙ 015
스마일 페이스 증후군 ∙ 016
마냥 푸르기만 할까 ∙ 018
소금쟁이 ∙ 020
버리기로 했다, 나를 ∙ 022
바둑 삼매 ∙ 024
당일 번호 ‘A5387’입니다 ∙ 026
마지막 말씀 ∙ 027
한주소금의 도발 ∙ 028
못 견뎌 했던 낯설음 ∙ 030
와독대 ∙ 032
발자국을 지우려고 ∙ 034
쟁기와 황소 ∙ 036
오리알을 품은 연못 ∙ 038
2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흔적 ∙ 040
정말 잘했어 산정호수 오길 ∙ 042
자작나무가 나를 ∙ 044
서운암 장경각을 다녀오다 ∙ 046
도피안사 ∙ 047
수락폭포 ∙ 048
시골 장터 ∙ 049
향일암의 동백꽃 ∙ 050
제광당 철오스님 다비식 ∙ 052
애장터 ∙ 054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 056
영혼결혼식 ∙ 058
환골탈태 ∙ 060
오랑캐꽃 ∙ 062
묘비명 ∙ 064
1915.4미터 ∙ 066
3부
나를 리모델링 하다
분리수거가 낳은 섬 하나 ∙ 068
부재중 전화 ∙ 070
명수名手 ∙ 071
손에 든 문고판 소설 ∙ 072
입양의 비밀 ∙ 074
비설거지 ∙ 076
요양원 ∙ 078
아그리파 석고상 ∙ 080
상추쌈 ∙ 081
바다제비집 ∙ 082
청명 한식날 ∙ 084
가입학식 ∙ 086
장 담그기 ∙ 088
큰 大 자 ∙ 090
나를 리모델링 하다 ∙ 092
결코, 휘둘리지 마 ∙ 094
오색 가오리연 ∙ 096
4부
나를 미소 짓게 하는 것들
징검다리 ∙ 098
먼지의 독백 ∙ 100
화려한 싱글 ∙ 102
생뚱맞은 오해 ∙ 103
애물단지 ∙ 104
후회 ∙ 105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 106
매실 씨 베개 ∙ 108
나를 미소 짓게 하는 것들 ∙ 110
골짜기의 넋두리 ∙ 112
빈혈 앓던 생각들 ∙ 114
결국은 ∙ 116
세월의 흔적을 어쩌라고 ∙ 118
캘빈클라인 ∙ 120
진양호 노을 ∙ 122
하재숙 시인의 시세계∥박종현(시인) ∙ 123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부가기호 03810: 독자 대상 교양 · 발행 형태 단행본 · 내용 분류 문학.
분량·판형: 144쪽 · 판형 130*210.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 · 부가기호 뜻은 국립중앙도서관 ISBN 안내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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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오감도에서 2026-11-10 출간 예정입니다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 기준). ISBN 9788956984605.
하재숙 / (도서출판)오감도. 출간 후 상세 정보가 갱신됩니다.
종이책으로 출간 예정입니다. 분량은 144쪽입니다. 정가는 10,000원입니다.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예정도서 등록 기준이며, 별도 판형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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