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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시인의 『별은 가벼워서 하늘에 떠 있고』는 할아버지를 비롯한 아버지 등 웃대 선조들이 하늘의 별이 된 까닭을 묻는 시인의 질문은 “풍성한 알갱이를 다 떠나보낸 들녘”이 함의하는 “나를 내려놓은 가벼움” 즉 ‘비워냄’을 이끌어낸다. 그러므로 이 시집 제목은 정순영 시인의 시집을 읽는 열쇠이며 창작의 원리를 말해준다.
정순영 시인의 시집은 가족애, 사랑, 자연, 생명성을 발현하고 있다. 뜨거운 가족애를 탐구한 시편들에서는 특히, 아버지의 삶을 살피며 삶의 본질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천착하고 있다.
사랑을 노래한 시편들에서는 사랑의 관념을 시인의 목소리로 들려주며, 구체적인 사랑을 들여다보며 사랑의 의미와 본질을 새롭게 탐구하고 있다.
자연시편들에서는 그것들이 지닌 생태적 특징을 인간의 삶에 대입시켜 존재의 가치와 생을 이끌어가는 비밀한 원리를 발견하는 통찰력을 보여준다.
생명성을 발현하는 시편들에서는 자연 현상을 통해 인간과 사물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묘파하고 있다.
이번 시집은 첫시집 『허공을 오르는 클라이머』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세계를 바라보며 인식하는 태도가 더욱 깊어지고 시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참으로 반갑다.
- 강경호(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 회장)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뜨거운 숨결을 통한 사랑과 통찰의 시학
- 정순영 시집 『별은 가벼워서 하늘에 떠 있고』
강경호(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 회장)
1. 프롤로그
‘무엇을 쓸 것인가?’ 혹은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명제 앞에서 정순영 시인의 시를 읽는다. 위의 명제는 시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과 삶에 대한 질문이다. 결과적으로 정순영 시인의 시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대답에 귀착한다.
서정시는 인간의 현실에 놓여진 수많은 결핍과 그늘을 ‘서정’을 통해 회복하여 보다 나은 세계를 지향하는 것이 시를 쓰는 지점이며 삶을 이끌어가는 힘으로 작용한다. 이때 시인은 감정과 정신 표정을 드러내기 마련인데, 이는 서정시의 가장 근본적인 문법이다.
정순영 시인의 『별은 가벼워서 하늘에 떠 있고』는 할아버지를 비롯한 아버지 등 웃대 선조들이 하늘의 별이 된 까닭을 묻는 시인의 질문은 “풍성한 알갱이를 다 떠나보낸 들녘”이 함의하는 “나를 내려놓은 가벼움” 즉 ‘비워냄’을 이끌어낸다. 그러므로 이 시집 제목은 정순영 시인의 시집을 읽는 열쇠이며 창작의 원리를 말해준다.
정순영 시인의 시집은 가족애, 사랑, 자연, 생명성을 발현하고 있다. 뜨거운 가족애를 탐구한 시편들에서는 특히, 아버지의 삶을 살피며 삶의 본질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천착하고 있다.
사랑을 노래한 시편들에서는 사랑의 관념을 시인의 목소리로 들려주며, 구체적인 사랑을 들여다보며 사랑의 의미와 본질을 새롭게 탐구하고 있다.
자연시편들에서는 그것들이 지닌 생태적 특징을 인간의 삶에 대입시켜 존재의 가치와 생을 이끌어가는 비밀한 원리를 발견하는 통찰력을 보여준다.
생명성을 발현하는 시편들에서는 자연 현상을 통해 인간과 사물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묘파하고 있다.
이번 시집은 첫시집 『허공을 오르는 클라이머』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세계를 바라보며 인식하는 태도가 더욱 깊어지고 시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참으로 반갑다.
2. 별은 가벼워서 하늘에 떠 있고 – 아버지의 동시성
정순영 시인의 『별은 가벼워서 하늘에 떠 있고』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시적 소재는 아버지이다. 이것은 생전의 아버지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 앞에 서 있기 때문인데, 아버지 시편들은 그리움보다도 깨달음으로 새롭게 ‘아버지’라는 존재를 발견한다. 그것은 아버지가 감당했던 시간 앞에 서 있는 까닭에 아버지의 시간과 시인의 시간에서 동시성(同時性)에 이르고자 하는 욕망의 발로이다.
오월이면 왜 손등이 푸르게 그을려질까
그 검은 손등으로 씩씩하게 자라던 벼들
그믐달 같은 손톱 밑에 풀멍이 든
소금사막 같은 짜디짠 계절이 지나고
풀숲이 물결치는 것을 보았다
오월이 오면 목울대 부풀어 숨죽여 울던 두견새
아버지의 오월은 가슴까지 부푼 멍울이나
그 검푸른 손등으로 짙어지던 슬하의 눈동자
오월은 맑고 싱그럽기만 한데
아버지의 손등은 어디로 갔을까
- 「오월의 손등」 전문
이 작품을 읽는 독자라면 모두가 아버지의 삶을 공감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시적 화자는 “오월이면 왜 손등이 푸르게 그을려질까”라고 묻는다. 그 손등에는 벼들이 씩씩하게 자라고 “그 검푸른 손등으로 짙어지던 슬하의 눈동자”들이 있다. 여기에서 ‘푸르게’, ‘검은’, ‘검푸른’의 색채를 나타내는 형용사들은 모두 벼를 자라게 하는 터전으로 아버지를 꾸미는 시적장치이며, 가장으로서,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를 나타내는 시적 표현들이다. 그런데 “그믐달 같은 손톱 밑”에는 ‘풀멍’, ‘소금사막’으로 은유화한 아버지의 지난한 삶이 시적배경을 이루고 있다. 특히 “오월이 오면 목울대 부풀어 숨죽여 울던 두견새”는 “슬하의 눈동자”들을 염려하는 아버지의 눈빛이 놓여있다. 이 작품에서 시적배경이 ‘오월’인 것은 벼들이 들녘에서 한창 자라는 시기, 즉 슬하의 자식들이 성장하는 때이다. 아버지 떠나시고 없는 오월을 맞아 “오월은 맑고 싱그럽기만 한데//아버지의 손등은 어디로 갔을까”라고 묻는다. 아버지의 시간에 이른 시적 화자가 아버지의 사랑과 희생을 생각하며 육친에 대한 그리움보다는 아버지의 삶을 다시금 되돌아보며 깊은 사유에 이른 까닭이다.
「신발」에서는 신발을 씻다가 고단하게 살다가신 아버지의 삶을 발견하고 사색에 이른다.
노벨라 향수를 푼 비눗물에
묵은 때
한 켜 한 켜 벗겨내니
입을 헤, 벌리고 웃는다
피부가 메꽃처럼 살아난다
그러고 보니 바닥이 번질번질 닳아 있다
바닥으로
가난을 짊어지고 살다 가신
아버지가 보인다
너무 긴 시간
아버지를 잊고 살았다
다시 돌아보니
말끔해진 아버지,
비스듬히 누워
햇살에 몸을 말리고 계신다
- 「신발」 전문
시적 상관물인 ‘신발’을 통해 아버지를 형상화시킨 작품이다. 화자는 비눗물에서 때묻은 신발을 닦는다. 이 행위를 통해 “피부가 메꽃처럼 살아난다”. 그런데 “바닥이 번질번질 닳아 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신발을 닦는 과정에서 신발바닥이 닳아있는 것을 발견함이다. 이로 인해 시적 발화가 이루어진다. 닳은 신발에서 ‘아버지를 발견’하여 오랫동안 잊혀진 아버지의 생을 다시 떠올리는 계기가 된다. 아버지는 “바닥으로/가난을 짊어지고 살다 가신” 분이다. 흔히 ‘신발’이 삶의 길을 의미하는 표지를 나타내는 것처럼, 화자 또한 닳은 신발 바닥이 말해주듯 이 작품에서도 가난을 짊어지고 가장의 길을 걸으셨던 것을 상기시킨다.
“노벨라 향수를 푼 비눗물”로 “묵은 때/한 켜 한 켜 벗겨내니/피부가 메꽃처럼 살아난” 말끔하게 세척된 신발의 의미는 신발 닦는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정화된 존재의 탄생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다시 돌아보니/말끔해진 아버지,”는 시적 화자가 새롭게 발견한 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 아버지가 오늘 깨끗한 모습으로 “비스듬히 누워/햇살에 몸을 말리고 계신다”고 함으로서 시적 화자는 가난했던 아버지의 삶이 편안해지는 미적 경험에 이르게 된다.
이밖에 아버지의 삶에 다가가고자 하는 시편에서는 「길을 걷다」, 「무지갯빛 지게」, 「별은 가벼워서 하늘에 떠 있고」 등이 눈에 띤다. 「길을 걷다」에서는 ‘길’의 관념을 아버지가 살았던 생의 길로 대입시켜 “사금파리 날 선 길에 발이 베이기도 했을” 생애로 치환시켜 아버지를 형상화시켰다. 그리고 화자는 “상처 많은 한 사내가 어둑한 서쪽 하늘에서 샛별로 반짝이며 걸어온다”고 하여 ‘별’이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아버지의 생을 되살린다.
「무지갯빛 지게」에서는 아이들의 비누거품 놀이에서 하늘에 오르는 동그란 비누거품의 무지갯빛에서 “반달처럼 웃는 아버지의 얼굴”을 발견한다. 마당에 짐 부려 쌓인 볏단을 보며 마음이 풍요로워져 웃던 아버지의 얼굴이 비누거품에서 빛나던 무지갯빛과 오버랩 되는데, 그럴 때마다 “하늘이 밝구나, 논에나 갈까, 하시던/고단한 지게를 닮은/무지갯빛 얼굴”의 아버지를 만난다.
이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별은 가벼워서 하늘에 떠 있고」는 존재가 지향하는 방향성이기도 한 ‘가벼워짐’에 대한 통찰을 묘파한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울아버지 어머니도/저 하늘의 별이” 된 것은 “풍성한 알갱이를 다 떠나보낸 들녘”처럼 ‘나를 내려놓은 가벼움’ 때문이다. 시적 화자가 ‘들녘’으로 기표화한 ‘가을 들녘’을 거닐며 ‘빈 들판’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 마음들을 헤아려보는 것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마음이며 아버지의 뜨거운 사랑을 나타내는 표지인 것이다.
3. 아직 사랑이 아니다 – 완전한 사랑을 향해
‘사랑’은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말한다. 그러나 ‘사랑’은 관념으로 읽히는 경우가 많다. 구체성을 띨 때 사랑의 표정이 쉽게 다가와 감각될 수 있다. 또한 사랑은 그 외연이 넓고 깊어 다양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렇듯 사랑은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보여질 수도 있어 많은 시인들이 사랑을 노래해 왔지만, 여전히 자신만의 목소리로 사랑을 노래한다.
정순영 시인의 ‘사랑’을 형상화시킨 시편들은 ‘완성된 사랑’, ‘충만된 사랑’이 아니다. ‘결핍을 극복하고자 부르는 노래’이다. 온전히 대상과 하나가 될 때 사랑이 완성된다고 할 때, 시인의 사랑노래는 동일성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 놓여있다. 그러나 하나가 되고자 하는 힘이 그의 사랑을 이끌어가고 있다.
사랑은 껍질째 먹는 과일입니다
문득
껍질이 껍질로 보일 때
벗겨지고 또 벗겨진
사랑의 껍질
눈앞을 가렸던
콩깍지마저 벗겨지고
당신이 초라하게 보일 때
이제는 떠나야 할 때
얼마나 다행인가
사랑하다 버림받은 영광
이별을 말하다가
통화음이 길어질 때면
당신은
과일을 껍질째 씹으며
오던 그 길을
다시 걸어야 할 것입니다
- 「이제는 떠나야 할 때」 전문
“사랑은 껍질째 먹는 과일입니다”라고 사랑을 ‘껍질째 먹는 과일’로 전제한다. 흔히 과일은 껍질을 벗기거나 깎아서 알맹이를 먹으므로 껍질을 벗겨먹어야 할 과일을 껍질까지 먹는 일은 보편적이지 않다. 이 작품은 사랑은 대상을 온전하게 껴안고 이해할 때 가능한 일이라는 메시지를 낳는다. 그런데 “문득/껍질이 껍질로 보일 때/벗겨지고 또 벗겨진/사랑의 껍질”이 되었을 때 온전한 사랑이 되지 못함은 “눈앞을 가렸던/콩깍지”가 벗겨져 “당신이 초라하게 보”여지게 된다. 이러한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될 수 없다. 그런 까닭에 시적 화자는 “이제는 떠나야 할 때”라고 한다. 그러므로 사랑하다 버려지는 것을 ‘다행’이거나 ‘영광’이라고 자조적이거나 역설적으로 감정을 토로한다. 이러할 때 대상과 “이별을 말하다가/통화음이 길어질 때면” “당신은/과일을 껍질째 씹으며/오던 그 길을/다시 걸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껍질째’와 ‘껍질을 벗긴 상태’를 ‘사랑’과 ‘콩깍지’로 비유하며, 온전한 사랑을 대상의 모든 것, 즉 허물까지도 사랑할 때 진정한 사랑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기에 ‘이제는 떠나야 할 때’라고 하여 아직은 ‘결핍된 사랑’의 상황이어서 ‘온전한 사랑’을 할 수 없음을 노래하고 있다.
「아직 사랑이 아니다」에서도 “나는 아직 사랑이 아니다”라고 사랑의 결핍을 역설로 온전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그대 떠난 마음자리에 피어난 둥근 멍울은 아직 꽃이 아니다
꽃병에서 시든 장미 같은 고독은 아직 고독이 아니다
단물 빠진 껌처럼, 책상 모서리에 찍혀 올라오는 멍울도 아직 멍울이 아니다
그대 떠난 자리, 나는 그대 눈빛으로 꽃을 짓는다
밤을 하얗게 내 붉은 그리움으로 피우는 꽃
눈물이 기름으로 타오르는 꽃
그대 떠난 어둔 마음자리에 장미 한 송이 걸어놓는다
나는 아직 사랑이 아니다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별은 가벼워서 하늘에 떠 있고 /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강물
부처님 오신 날
불타는 칠월
자판기 사랑
성자의 가면
강물
별은 가벼워서 하늘에 떠 있고
무지갯빛 지게
빗속을 걸어가는 건반
오월의 손등
치어 나무
손가락 눈
달과 허수아비
달력의 성향 보고서
손톱 그리움
수평선처럼
제2부 마르지 않는 애수
지느러미
그 여자
길을 걷다
거시기하당께
시간은 카멜레온
마르지 않는 애수
나주에 물들다
도립반가사유상倒立半跏思惟像
그늘 일기
껍질을 벗고 나온 달빛
이명
엉겅퀴의 치열
수국을 맴도는 바람의 마음을 아니?
대나무
푸른 만원
제3부 천년을 횡재하다
어린 왕자가 묻는다면
네가 고추맛을 알아
누룽지
석산
허기진 골목
미처 몰랐어요
수련
천 년을 횡재하다
충전하다
마트료시카의 봄
낙화분분落花紛紛
성녀를 보다
아나키스트로 스미다
봄
23.5°
제4부 마지막이라는 말
바다에서 온 여자
마지막이라는 말
안개꽃 향기는 몰래 사라진다
가을
막걸리
이제는 떠나야 할 때
바위의 진술서
운주사에 가면
호박꽃 환희
속 깊은 서랍
암호는 젖은 속눈썹 안쪽에서 촉촉하고
아직 사랑이 아니다
전쟁터에 핀 사랑
바통터치
봄비
제5부 계엄령
큰개불알꽃
냉이의 편지
풀밭에 들어서면
철새
바람으로 오는 봄
계엄령
시를 쪼다
눈 덮인 마을
신발
낙엽
작품론
뜨거운 숨결을 통한 사랑과 통찰의 시학 / 강경호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부가기호 03810: 독자 대상 교양 · 발행 형태 단행본 · 내용 분류 문학.
분량·판형: 146쪽 · 판형 125*200.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 · 부가기호 뜻은 국립중앙도서관 ISBN 안내 기준
할아버지를 비롯한 아버지 등 웃대 선조들이 하늘의 별이 된 까닭을 묻는 시인의 질문은 “풍성한 알갱이를 다 떠나보낸 들녘”이 함의하는 “나를 내려놓은 가벼움” 즉 ‘비워냄’을 이끌어낸다. 그러므로 이 시집 제목은 정순영 시인의 시집을 읽는 열쇠이며 창작의 원리를 말해준다. (정순영 (지은이), 시와사람 펴냄)
시와사람에서 2026-09-20에 출간했습니다. ISBN 9788956658674.
정순영 (지은이)입니다. 자세한 저자 소개는 출판사(시와사람) 제공 자료를 참고하세요.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ISBN 9788956658674으로 검색하면 정확한 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정가는 12,000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