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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집과 그 안팎의 표정을 담아내고 있는 유인수 작가. 그는 인류 생존의 중심에는 '집'이라는 공간이 있었다고 말한다. 작품에 나타나는 도시의 모습에는 꿈꾸는 자와 꿈을 잃은 자의 표정, 욕망과 절망의 몸짓, 편안과 불안의 교착을 표현한다. 이것은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 절망과 욕망 그리고 허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전작들은 인생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보다는 부정적이고 냉소적이며 비관적인 의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혹시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인 그의 또 다른 내면세계가 투영된 것은 아닐까? 그가 살아온 지난 50여년은 우리나라의 음습하고 황량하며 부조리한 시대와 맞물려 있다. 그렇기에 그는 그런 시대상을 모더니즘 수법의 풍경화로 재현해냈던 것이다. 사람들의 영혼을 점유하고 있던 고통과 절망, 그것을 회피하기 위한 사람들의 욕망에의 탐닉, 그래서 다시 되풀이 되는 절망과 허무 그리고 군상들은 도덕적이고 윤리적 의식이 강했던 그의 시각으로 도저히 긍정의 색채를 입힐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객관적 대상들이 주관적 혹은 자전적인 것으로 바뀌면서 그의 작업에서는 인간주의적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90년대 '일상적 이미지' 시리즈만 봐도 웃음을 자아낼 만큼 해학적이고 온유한, 그래서 정감에 와 닿는 화면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가 평범하게 '일상의 이야기'라고 명제한 작품 풍경은 삶에서 느끼는 그의 진정인지 모른다. 또 도시의 음습한 위선에 대한 시니컬한 해석일 수도 있다. 정좌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왜곡된 현대인을 상징하고, 벗은 연인들은 가식과 허물을 벗은 진실의 실체를 상징한다. 세상이 헛된말과 웃음과 위선으로 가득 차 있는 현대에 그는 순수한 인간에로의 회귀를 염원하는 것이다.
'니르바나'이것은 불교 언어로 열반을 뜻한다. '열정을 끄다' 라는 의미에서 그가 작품에 자주 등장시키기도 하는데 세상을 너무 파헤치다 보면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작품 속의 대상은 껍질이고 내면세계는 어디까지나 혼잡한 세상의 조화를 이루고자 함이다. 그렇기에 그는 저항적인 색을 기피하고 조화롭게 색을 사용, 혼돈 속에서 점차적으로 조형적인 세계로 관객을 이끈다. 결국 그가 작품을 통해 표현하 고자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삶' 일지도 모른다.
"좋은 작품에는 천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쉰다."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 이라고 강조하는 유인수 작가는 어떻게 하면 "예술이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진다. 그리고 예술은 어디까지나 현실을 바탕으로 탄생하는 것이라 해석했던 그는 탐미적이고 상업적인 예술에서 벗어나 진실이 담겨있는 작품을 하고자 매순간 최선을 다했다. 또 한 가지, 그의 작품 활동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인문학 탐독'이 바로 그것인데 유인수 작가는 모든 문화와 예술은 견고하고 단단한 역사가 밑바탕 되어야 하기에 작업을 하기 전, 반드시 인문학 서적을 접한다고 한다. 그는 많은 학생들에게 기술적인 테크닉에만 치우치지 알고 인문학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미술학부와 대학원, 프랑스 국립미술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한 유인수 작가는 그 후 서울과 LA에서 열다섯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 상명대학교 예체능대학장으로 후학양성에 몰두하고 있는 그는 상파울로 비엔날레에 참가하고 까뉴국제회화제, 한국현대미술제를 비롯 로마, 파리, 나고야, 후쿠오카, 싱가포르, 마닐라 등 국내 · 외에서 수백 회의 단체전에 참가한 실력파 작가다.
그는 내년,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곧 개인전으로 관객들과의 만날을 준비할 것이다. 도시의 삶, 애환을 담아내고자 하는 그가 이제는 오릇이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자신의 기량을 펼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유인수 작가. 그가 앞으로 많 은 이들의 마음속에 아름다운 화가로 기억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예정도서 등록 정보(출판사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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