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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
다섯 번째 시집을 출간하며
세월 따라 걸어온 길 멀지는 않았어도
돌아보니 발자국마다 사연이 함께 했습니다.
2020년 첫 시집
『내 이름은 가장입니다』를 시작으로
『겨울 진달래』 『마음 내시경』
『바다로 간 계곡물에게』 그리고 다섯 번째 시집
『108계단을 지나며』까지
520편의 시를 적었습니다.
처음에는 살아온 시간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다음에는 살기 위해 시를 썼습니다.
그리고 덧없는 삶의 길에서
사람의 힘으로는 가장 어려운
비우고 내려놓는 연습을 시를 통해 배웠습니다.
이번 시집은 단순히
시 108편을 모은 책이 아니라
한 계단씩 삶을 걸어오며
마음에 새긴 기록입니다.
한 편 한 편마다 살아온 모습과 생각
그리고 저만의 작은 철학을 담았습니다.
이제 저는 백여덟 번째 계단 끝에서 펜을 내려놓고
또 다른 버킷리스트를 향해 걸어가려고 합니다.
세상은 꼭 글로 남기지 않아도
삶 자체가 하나의 시詩라는 걸 이제는 믿습니다.
앞으로도 부끄럽지 않은
시인의 이름으로 살아가겠습니다.
108편의 시는 백여덟 개의 염주를 돌리면서
108배를 올리듯
제 삶 또한 하나의 수행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기에 끝내 모두 비우지 못하고
완전히 내려놓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스스로를 다독이고,
때로는 채찍질하며
이제 제 삶의 백아홉 번째 계단을 걸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8월에
청암 김윤권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 감상 】
청암을 생각하며
어릴 적 벗으로 만난 지 어언 오십 년이 지났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며 헤어지고 동기회로 다시 만난 지도 십수 년이 되었다. 글 쓰는 걸 좋아한 친구는 2023년 겨울, 계간 《부산시단》에서 시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하고, 이듬해 친구는 생각지도 못한 4기 암 선고를 받고 서울로 치료를 하러 다니며 더 치열한 글쓰기를 했다.
어쩌면 지나온 삶의 회한이나 상처, 아쉬움 같은 걸 온 힘을 다해 표현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벌써 5권의 시집을 출간하는 기염을 토한다. 이는 자기 위로와 성찰을 통한 수행과 같다고 여기고 싶다. 특히 이번 제5시집 『108계단을 지나며』에서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독자도 제목에서 느끼시겠지만 108번뇌의 지난한 삶을 비우고 내려놓는 시편이 더욱 가슴에 아린다. 그러나 109번째 계단을 향하는 길이 하늘길이 아니라 병마를 이기고 새 삶의 여정으로 나아가는 시선으로 보는 친구가 고맙다.
벗, 청암 김윤권의 이번 시집은 6부 108편의 시로 모였다. 수행자 모습으로 맨발 걷기를 하며 뜻한 바와 생각과 마음을 눈물로 담은 시편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여기에서는 시 해설이나 평가, 분석이 아니라 그냥 나눔이고 공감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안내한다.
제1부 〔걸어온 시간〕에서는 뒤안길에서 본 자연과 날씨, 나무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시집의 첫 시 「걸어온 시간」 끝에 “밟아온 발자국 하나 / 지나간 초침 하나 / 그 모든 게 나를 만들었다 // 이제 더 갈 길 많지 않아도 / 나는 마지막까지 / 시간을 신고 걸어가리라” 하고 말한다. 그러고 만난 「삼도차三道茶」 중에서 셋째 잔 ‘회미차’를 떠올린다. 깨달음을 얻으려는 수행자처럼 「은행나무 아래서」 「천년초 앞에서」 「뿌리 앞에서」 「대왕참나무 아래서」 「건너버린 강 앞에서」 당당하게 마주하고 있다.
제2부 〔세월꽃〕에서는 지나온 세월 속에 핀 부모와 아내, 자녀와 자기 이야기를 사랑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세월꽃이 피어도 당신은 내 사랑」이라는 아내에 대한 고백과 「영축사의 부모님」을 그리워한다. 편도가 아닌 「하늘행 왕복 차표」를 거침없이 쓰고 있다.
제3부 〔물레방아 인생〕에서는 세상 속 사건과 사물에다 감정 이입하며 돌아가는 인생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무심하게 바라보는 사물에 자신을 투영해 마음과 생각을 담았다. 「뿔소라」가 그렇고, 「이불이 나에게」 하는 말도 그렇다. 「발걸레」와 「의자의 외침」까지 「백 장의 노트」에 남기고 있다. 「다락방의 추억」 같은 「헛바퀴」마저 「고마움을 담는 그릇」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모습이 따뜻하다.
제4부 〔인생은 마라톤〕에서는 길게 달려온 마라톤 코스 같은 삶 속에 만난 사람에 대하는 태도와 마음씨를 보게 된다. 「뽑히지 않는 삶」과 「못난 놈」을 만나도 「끝끝내 놓을 수 없는 줄」과 「좋은 말만 하고 살자」라면서 「조용히 다 살아낸다는 것」을 생각한다. 「함께 걷는 길」에서 「좋은 사람 만나요」라고 말하면서 살다가 이도 저도 아니면 「어쩔 수 없지 뭐」라는 말로 담담하게 달리고 있다.
제5부 〔오늘도 하늘을 본다〕에서는 그동안 다녀온 여러 여행지와 여정 속에서 만난 장소에서 느낀 점을 말하고 있다. 「무심의 유랑을 꿈꾸며」 가는 길에서 「쓴소리는 나에게 하자」라는 말로 자조한다. ‘대왕암’ ‘신불산’ ‘수서행 SRT’ ‘용궁사’ ‘광안리’ ‘부산의 추억’ ‘대청천’ ‘홍룡폭포’에서 「오늘도 하늘을 본다」라고 말한다.
제6부 〔더부살이〕에서는 불교에 귀의한 듯 차분한 마음을 만난다. 살아온 인생 기생충처럼 산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온 「더부살이」라고 말한다. 여러 사찰을 다니면서 바라본 「바람 한 점 구름 한 점」과 「숲의 보시」를 배운다. ‘표충사’ ‘통도사’ ‘미타암’ 등을 다니고, 「장수암의 불꽃」이 타오르는 『108계단을 지나며』 「백여덟 번째 시」를 쓰고는 109번째 새로운 계단을 향한다. 출가한 수행자로 보인다.
시집을 덮으며 생각한다. 친구는 나이 이순耳順을 넘으며 ‘삶의 도리를 따르고 거스르지 않는 깨달음을 얻었구나’ 하고 느낀다. 어쩌면 벗이 걸어온 시간 속 108계단은 우리네 인생이라 여기면 좋겠다. 남은 여명과 여정에 새 희망을 걸어 둔다. 바람대로 소원하는 109번째 계단 너머 더 높이 나아가기를 기도한다.
- 벗, 예인 김종대 시인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차 례
시인의 말 ‥ 김윤권 _ 3
1부 …… 걸어온 시간
걸어온 시간 _ 13
해야 해야 숨지 마라 _ 14
은행나무 아래서 _ 15
바다가 시나브로 _ 16
삼도차 _ 17
쑥 캐는 날은 가슴에도 봄이 온다 _ 18
등 뒤의 노을 _ 19
바닷가에서 _ 20
넝쿨장미 _ 21
천년초 앞에서 _ 22
바람을 따라 _ 23
바람의 고향 _ 24
뿌리 앞에서 _ 25
제비 _ 26
대왕참나무 아래서 _ 27
장미 _ 28
초여름 사과 대추나무 _ 29
건너버린 강 앞에서 _ 30
2부 …… 세월꽃
세월꽃이 피어도 당신은 내 사랑 _ 33
세월꽃 _ 34
그대는 나에게 _ 35
청춘의 출발 _ 36
아버지 사진 _ 37
기도 _ 38
웃음꽃 _ 39
아픈 것은 몸이다 _ 40
주여 _ 41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 _ 42
영축사의 부모님 _ 43
아버지의 생일날 _ 44
학적은 바꿀 수 없다 _ 45
하늘행 왕복 차표 _ 46
아이야 _ 47
단골손님 _ 48
마쓰야마 행진곡 _ 49
시라카와고 하얀 숲의 마을 _ 50
3부 …… 물레방아 인생
뿔소라 _ 53
바다로 간 계곡물에게 _ 54
바다로 간 계곡물에게 - 그 후 _ 55
이불이 나에게 _ 56
발걸레 _ 57
의자의 외침 _ 58
백 장의 노트 _ 59
다시 움직이는 시계처럼 _ 60
한 우산 아래 _ 61
공중화장실 _ 62
울어라 기타 줄아 _ 63
거리마다의 온도 _ 64
다락방의 추억 _ 65
물레방아 인생 _ 66
헛바퀴 _ 67
흑백 사진 _ 68
포장지 _ 69
고마움을 담는 그릇 _ 70
4부 …… 인생은 마라톤
뽑히지 않는 삶 _ 73
못난 놈 _ 74
속도 _ 76
끝끝내 놓을 수 없는 줄 _ 77
인생은 마라톤 _ 78
좋은 말만 하고 살자 _ 79
조용히 다 살아낸다는 것 _ 80
끝까지 타는 일 _ 81
세월아 말 좀 들어라 _ 82
니가 그 쿤께 쿠지 안 쿠모 그 쿠나 _ 83
손잡고 걷는다는 것 _ 84
그래 _ 85
함께 걷는 길 _ 86
좋은 사람 만나요 _ 87
손이 남긴 사랑 _ 88
어쩔 수 없지 뭐 _ 89
진실 _ 90
할매 칼국수 _ 91
UDT 정종현 _ 92
5부 …… 오늘도 하늘을 본다
그러나 그래도 그렇게 그래서 _ 95
마지막이 있는 생 _ 96
손 닿는 자리의 행복 _ 97
무심의 유랑을 꿈꾸며 _ 98
쓴소리는 나에게 하자 _ 99
한 곡의 인생 _ 100
삼수령 _ 101
대왕암에서 _ 102
신불산 억새가 나에게 하는 말 _ 103
수서행 SRT _ 104
용궁사 가는 길 _ 105
트레인블루 _ 106
광안리 그 시절 _ 107
꿈속에서 바라본 부산의 추억 _ 108
대청천 수국 피는 날 _ 110
홍룡폭포 _ 111
오늘도 하늘을 본다 _ 112
6부 …… 더부살이
바람 한 점 구름 한 점 _ 115
숲의 보시 _ 116
잔액 부족 _ 117
타고 남는 것에 대하여 _ 118
물음표 _ 119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세 _ 120
표충사 고무정에 앉아서 _ 121
무풍한송길에서 _ 122
통도사 고목 아래에서 _ 123
더부살이 _ 124
윤회 _ 125
미타암의 부처님 _ 126
험로 _ 127
순리 _ 128
통도사 출세길 걸으며 _ 129
장수암의 불꽃 _ 130
108계단 _ 131
백여덟 번째 시 _ 132
【감상】 청암을 생각하며 ‥ 김종대 _ 133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예인문화사에서 2026-08-15에 출간했습니다. ISBN 9791192010588.
김윤권 (지은이)입니다. 자세한 저자 소개는 출판사(예인문화사) 제공 자료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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