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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터널을 지나며 썼고
어떤 날은 낙타처럼 짐을 지고 썼으며
어떤 날은 갈대처럼 흔들리며 썼다.
누룽지처럼 눌어붙은 시간도 있었고
명량의 거센 물살 같은 날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알겠다.
고통은 인간을 무너뜨리는 망치가 아니라
인간을 제자리에 더 깊이 박아두는 망치라는 사실을.
견딤은 패배가 아니었다. 상처는 실패가 아니었다.
고통은 형벌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모두 인간이라는 집을 무너지지 않게
붙들어주는 못들이었다.
우린 지금 어떤 못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가.
그 못은 우리를 얼마나 깊고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가고 있는가.
부디 이 책이 삶의 벽 앞에서 잠시 주저앉은 누군가에게
작은 못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려도 끝내 무너지지 않도록 붙들어주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못 하나.
2026년 가을
김영곤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예정도서 등록 정보(출판사 제출)
서평
상처를 명랑으로 건너가는 존재의 순례
좋은 산문은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훌륭한 산문은 한 사람의 존재가 지나온 길을 보여준다.
김영곤의 산문집은 바로 그런 책이다.
이 책의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독자는 하나의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저자가 삶을 성공과 실패의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오히려 상처와 결핍, 흔들림과 불안을 삶의 본질적인 조건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조건들을 제거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존재의 토양으로 읽어낸다.
「못 하나 견디지 못하나」에서 시작된 사유는 「완벽한 흠」과 「구멍」을 지나며 더욱 깊어진다. 못은 박히는 존재이고, 흠은 결함이며, 구멍은 결핍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 결핍의 자리에서 오히려 존재의 진실을 발견한다. 세상이 완전함을 추구할 때 그는 불완전함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상처가 없는 삶이 아니라 상처를 통과한 삶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김영곤의 산문은 위로의 문학을 넘어 존재론의 문학이 된다.
그의 글 속에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상징들이 있다. 못, 흠, 구멍, 벽, 터널, 낙타, 갈대, 누룽지, 나무, 바다, 펭귄. 얼핏 보면 서로 무관한 이미지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모두 하나의 질문을 향하고 있다.
“인간은 어떻게 성숙하는가?”
터널은 어둠을 통과하는 인간의 모습이며, 낙타는 삶의 짐을 견디는 존재의 형상이다. 갈대는 흔들리면서도 뿌리를 놓지 않는 생명의 은유이고, 누룽지는 뜨거운 시간을 견뎌낸 뒤에야 비로소 깊은 향기를 품게 되는 존재의 상징이다. 존재와 나무에서는 뿌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지탱하듯 인간 또한 보이지 않는 상처와 기억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이 산문집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저자가 고통을 다루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통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김영곤 작가는 고통을 제거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통이 인간 안에서 어떻게 의미로 전환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원망보다 성찰이 많고, 절망보다 인내가 많으며, 체념보다 희망이 많다.
그 희망은 낙관주의와 다르다. 낙관주의가 현실을 가볍게 바라보는 태도라면, 이 책의 희망은 현실의 무게를 끝까지 견딘 뒤에 얻어낸 빛이다. 그래서 더욱 단단하고 깊다.
산문집 후반부에 이르면 저자의 시선은 점차 명랑함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그 명랑함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의 밝음이 아니다. 그것은 명량해전을 건너온 사람의 명랑함이다. 절망을 모르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절망을 알고도 웃을 수 있는 힘이다.
그래서 마지막 작품 「명량, 명랑」은 이 책 전체를 해석하는 하나의 열쇠가 된다. 명량은 역사 속의 해전이지만, 명랑은 그 해전을 통과한 영혼의 날씨이다.
결국 이 책은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다.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주는 책이다. 또한 결핍을 채우는 기술을 말하는 책이 아니라 결핍을 의미로 바꾸는 지혜를 들려주는 책이다.
김영곤 작가의 글은 삶을 아름답게 꾸미지 않는다. 대신 삶을 깊게 만든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못을 만나고, 자신의 흠을 만나고, 자신의 구멍과 터널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우리를 성장시키는 것은 성공이 아니라 견딤이며, 우리를 성숙하게 만드는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상처라는 사실을.
이 산문집은 결국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상처는 인간을 무너뜨리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더 깊게 만들기 위해 온다. 그리하여 작가는 고통을 통과한 자리에서 마침내 말한다. 명랑은 슬픔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명랑은 슬픔을 품고도 다시 꽃을 피우는 영혼의 능력이다.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1막 | 못 하나 견디지 못하나
못 하나 견디지 못하나 8
완벽한 흠 18
벽 26
벽으로 가는 문 36
빈 상자가 도착할 때 42
구멍 52
구멍난 바퀴와 빈 트럭 62
벚꽃 터널 67
2막 |그대가 있어 봄이 만개한다
가족이라는 무대 77
내 인생의 못갖춘마디 86
그대가 있어 봄이 만개한다 95
불안한 삶에의 의지 101
존재의 집 111
내가 낯설어지는 순간 118
터널 127
낙타 그림자 136
3막 |명량, 명랑
누룽지의 시간 146
존재와 나무 153
변한다는 것에 대하여 161
불안한 것들에 대하여 171
갈대 177
노인과 바다 185
퍼스트 펭귄 ㅡ유관순 191
명량, 명랑 ㅡ이순신 196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부가기호 03810: 독자 대상 교양 · 발행 형태 단행본 · 내용 분류 문학.
분량·판형: 206쪽 · 판형 150*200.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 · 부가기호 뜻은 국립중앙도서관 ISBN 안내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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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후에서 2026-09-07 출간 예정으로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에 출간예정으로 등록됐던 도서입니다. 실제 출간·판매 여부는 서점에서 ISBN 9791190528641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영곤 / 소후. 출간 후 상세 정보가 갱신됩니다.
종이책으로 출간 예정입니다. 분량은 206쪽입니다. 정가는 15,000원입니다.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예정도서 등록 기준이며, 별도 판형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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