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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국가라는 오래된 질문
1. 소크라테스의 독배: 질문의 태동
기원전 399년, 아테네의 봄은 인류 지성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장면 중 하나로 기록된다. 차가운 감옥 안, 70세의 노학자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둘러싼 제자들의 통곡을 뒤로하고 평온하게 독배를 들었다. 그의 죽음은 우발적인 사고도, 독재자의 폭정도 아니었다. 그것은 당시 가장 선진적이라 자부했던 아테네의 민주적 절차, 즉 500여 명의 시민 배심원단이 내린 공식적이고 적법한 판결의 결과였다.
이 장면은 정치철학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거대한 균열을 남겼다. 공동체가 내린 ‘적법한’ 결정이 공동체 내에서 가장 ‘지혜로운’ 개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을 때, 우리는 그 국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단순히 한 철학자의 종말이 아니라, 인류가 국가라는 울타리를 만든 이래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던 근본적인 질문의 시작이었다.
국가는 과연 정의로운가
정의롭지 못한 국가의 법에 시민은 어디까지 복종해야 하는가
이 물음은 2,500년 전 아테네의 광장에 박제된 고대사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 아파트 층간 소음을 조율하는 사소한 행정규칙부터, 공공의 안전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강력한 국가 권력의 행사, 그리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결정하는 복지수급의 기준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모든 결 사이사이에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소크라테스를 사형대로 보낸 것은 ‘다수의 의지’였다. 그 의지가 언제나 정의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목격한 그의 제자 플라톤은 이 충격 속에서 평생을 바쳐 ‘정의로운 국가란 무엇인가’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 국가가 개인의 삶을 보호하는 방패인지 아니면 우리를 옥죄는 거대한 리바이어던인지를 묻는 여정에서 출발한다.
2. 당연한 세계에 던지는 낯선 시선
인간은 국가라는 보이지 않는 공기 속에 태어나 그 울타리 안에서 생을 마감한다. 출생 신고로 기록되는 순간부터 의무교육과 납세, 그리고 국가의 복지망 안에서 맞이하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이 과정은 너무나 매끄러워 국가는 종종 ‘당연하게 주어진 배경’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이 책에서 조우할 15명의 사상가들에게 국가는 결코 자연 발생적이거나 당연한 실체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국가는 인류가 생존의 한계를 돌파하고 존엄을 지키기 위해 처절한 사투 끝에 고안해낸 가장 거대하고도 위험한 ‘발명품’이었다. 사상가들은 이 거대한 기계의 덮개를 열고 내부의 복잡한 톱니바퀴와 동력을 집요하게 파헤쳤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국가의 얼굴은 저마다 달랐다.
누군가에게 국가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짐승 같은 폭력을 끝내기 위한 유일한 구명보트였고(홉스), 누군가에게는 신성한 자유와 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약속의 증표였다(로크). 반면 어떤 이들은 이 발명품 이면에 숨겨진 계급 억압의 정교한 도구를 보았고(마르크스), 인간의 정신을 조용히 길들이는 거대한 감시의 눈을 목격하기도 했다(푸코).
이처럼 국가는 우리를 보호하는 방패인 동시에 우리를 억압하는 칼날이 될 수 있는 이중성을 지닌다. 우리가 익숙한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국가라는 당연한 세계에 ‘낯선 시선’을 던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당연함의 안개에 가려진 국가의 맨얼굴을 사상가들의 눈을 빌려 응시하려는 시도이다.
3. 15개의 지도로 그려보는 국가의 초상
이 책에서는 플라톤의 이상국가에서 출발해 현대의 역량 이론에 이르는 15개의 거대한 사유의 산맥을 넘는다. 이 여정은 단순히 지식을 나열하는 과정이 아니라, 인류가 직면했던 시대적 위기마다 철학자들이 던졌던 치열한 응답의 기록이다. 15개의 지도는 저마다 다른 색채로 국가의 얼굴을 그려낸다.
1) 고전의 성찰: 정의와 본성의 공동체
여정의 초입에서 우리는 국가의 도덕적 원형을 마주한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죽음이라는 비극적 사건을 통해 ‘정의로운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국가를 인간 영혼의 확대판으로 보았으며, 각 계층이 자신의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정의가 실현된다고 보았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보다 현실적인 지점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로 규정하며, 국가는 단순한 생존의 도구가 아니라 인간이 탁월성(Arete)을 발휘하고 본성을 완성해가는 최고의 공동체임을 역설한다.
2) 난세의 리얼리즘: 법과 권력의 기술
평화로운 철학의 정원을 지나면 냉혹한 정치의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중국 전국시대의 혼란 속에서 한비자는 인간의 선의에 기대는 통치를 거부했다. 그는 엄격한 법(法)과 치밀한 통치 기술(術), 그리고 압도적인 권위(勢)를 통해 강력한 국가를 설계하며 부국강병의 길을 제시했다. 이 흐름은 서구의 마키아벨리로 이어진다. 그는 도덕의 화려한 외피를 과감히 벗겨내고 정치의 민낯을 폭로했다. 군주에게 요구되는 것은 도덕적 선함이 아니라 국가의 존속을 지켜내는 역량(Virtù)이며, 때로는 정치가 도덕의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리얼리즘의 정수를 보여준다.
3) 근대의 사회계약: 공포와 자유의 약속
근대의 여명기에 접어들면 국가는 신의 섭리가 아닌 인간의 ‘합의’ 위로 자리를 옮긴다. 홉스는 전쟁과 공포라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를 종식하기 위해 탄생한 절대 권력 ‘리바이어던’을 소환한다. 그러나 로크에 이르러 이 권력은 제어되기 시작한다. 그는 국가의 유일한 목적이 개인의 천부인권인 생명, 자유, 재산을 보호하는 데 있음을 명시하고, 정부가 이 신뢰를 저버릴 때 시민은 저항할 권리가 있다는 근대 민주주의의 초석을 놓는다.
이 논의는 루소를 통해 ‘일반의지’라는 혁명적 사유로 비약한다. 그는 진정한 주권자가 국민임을 선언하며 참여 민주주의의 불씨를 지폈다. 마지막으로 헤겔은 가족과 시민사회를 넘어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질서가 조화롭게 완성되는 윤리적 국가의 상을 제시하며 근대 국가론을 집대성한다.
4) 비정한 국가: 계급 권력과 관료제의 그늘
국가는 언제나 찬란한 이상만을 대변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산업혁명의 그늘을 목격하며 국가가 지배 계급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교한 기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가의 소멸을 꿈꾸며 인간 해방을 위한 전복적 사유를 던졌다. 한편 막스 베버는 근대 국가의 비정한 본질을 냉철하게 분석했다. 국가를 ‘정당한 물리적 강제력을 독점한 조직’으로 정의한 그는 관료제라는 거대한 기계 속에서 정치가가 갖추어야 할 책임윤리가 무엇인지 묻는다.
5) 현대의 쟁점: 정의, 시스템, 그리고 역량
현대에 이르러 논쟁은 정의의 실천과 시스템의 감시문제로 확장된다. 존 롤스는 ‘무지의 베일’이라는 사유 실험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공정한 국가의 가능성을 논리적으로 증명했고, 이에 맞서 로버트 노직은 개인의 자기소유권을 절대적으로 옹호하며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최소국가’가 도덕적 정당성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하버마스는 자본과 권력에 잠식당하는 공론장을 대화와 소통의 힘으로 복원하려 애썼으며, 미셸 푸코는 국가가 병원, 감옥, 학교라는 일상의 공간을 통해 어떻게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미세하게 규율하고 통치하는지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아마르티아 센은 국가의 진정한 목적이 단순한 경제성장의 수치가 아니라, 인간 개개인이 자신의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는 ‘역량의 확대’에 있음을 선언하며 이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다.
이 15개의 지도는 고정된 정답이 아니다. 우리는 이 사유의 산맥들을 넘으며 우리 시대가 직면한 갈등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고, 우리가 앞으로 지어 올릴 ‘정의로운 국가’의 설계도를 그려나가게 될 것이다. 이제 그 오래되었지만 가장 뜨거운 탐색의 여정을 시작한다.
4. 지금, 여기에서 다시 국가를 묻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환경은 과거 사상가들이 살았던 시대보다 훨씬 복잡하고 불투명하다. 디지털 알고리즘은 우리의 공론장을 파편화하여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연결되는 ‘에코 챔버’를 만들고, 서로의 목소리를 가로막는다. 심화되는 불평등은 ‘정의’라는 단어를 실질적 힘이 없는 공허한 수사로 전락시킨다. 이러한 혼돈 속에서 우리가 낡아 보이는 고전의 목소리를 다시 들어야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예정도서 등록 정보(출판사 제출)
목 차
프롤로그: 국가라는 오래된 질문 7
1. 소크라테스의 독배: 질문의 태동 7
2. 당연한 세계에 던지는 낯선 시선 8
3. 15개의 지도로 그려보는 국가의 초상 8
4. 지금, 여기에서 다시 국가를 묻다 11
제1장 플라톤: 정의로운 국가는 가능한가 12
1. 플라톤 와 국가 사유의 탄생 12
2. 민주주의의 영광과 붕괴 14
3. 라는 책의 진짜 성격 17
4. 인간과 국가의 평행 구조 19
5. 철인정치의 의미 22
6. 이상국가의 긴장 24
7. 플라톤이 남긴 근본 질문 27
8. 플라톤 이후 29
제2장 아리스토텔레스: 국가는 인간 완성의 공동체인가 32
1. 폴리스의 붕괴와 그리스 세계의 전환 32
2. 현실을 직시한 철학자 34
3. 왜 이라는 책이 쓰였는가 37
4. 인간 완성의 공동체 40
5. 배제된 시민들 43
6. 우리는 아직 정치적 동물인가 45
제3장 한비자: 강한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48
1. 전국시대, 질서가 무너진 세계 48
2. 한비자의 문제의식 51
3. 왜 가 쓰였는가 54
4. 어떻게 강한 국가를 만드는가: 법·술·세 57
5. 강한 국가의 그림자 60
6. 효율국가와 자유국가 64
제4장 마키아벨리: 정치는 도덕을 넘어서는가 67
1. 분열된 이탈리아와 권력의 전쟁 67
2.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문제의식 69
3. 왜 이 쓰였는가 73
4. 권력 현실주의와 지도자의 덕목 77
5. 마키아벨리 사상의 비판 80
6. 우리는 어떤 지도자를 원하는가 82
제5장 홉스: 국가는 공포에서 탄생했다 86
1. 질서가 무너진 시대 86
2. 인간은 왜 서로를 두려워하는가 89
3. 은 왜 쓰였는가 92
4. 공포에서 탄생한 국가 95
5. 절대권력의 위험 98
6. 우리는 얼마나 강한 국가를 원하는가 101
제6장 로크: 자유를 지키기 위한 국가 105
1. 왕권과 자유가 충돌하던 시대 105
2. 자유를 지키는 정치란 무엇인가 108
3. 이 쓰인 이유 111
4. 자유를 지키는 제한된 정부 114
5. 자유의 철학이 남긴 그림자 117
6. 자유와 국가의 균형 120
제7장 루소: 주권자는 누구인가 123
1. 자유를 말하지만 불평등이 지배하던 유럽 123
2. 장 자크 루소의 문제의식 126
3. 이 쓰인 이유 129
4. 일반의지와 국민주권 131
5. 직접민주주의와 포퓰리즘의 문제 134
6. 우리는 누구에게 주권을 맡기고 있는가 137
제8장 헤겔: 국가는 자유의 완성인가 141
1. 혁명과 전쟁 속에서 흔들린 유럽 141
2. 자유와 질서를 어떻게 화해할 것인가 144
3. 이 쓰여진 이유 147
4. 윤리국가와 자유의 완성 150
5. 국가의 절대화라는 위험 153
6. 우리는 여전히 행정국가 속에 살고 있다 156
제9장 마르크스: 국가는 계급 권력인가 160
1. 산업혁명과 새로운 세계의 탄생 160
2. 카를 마르크스의 문제의식 163
3. 왜 이 쓰였는가 166
4. 핵심 사상 169
5. 비판적 성찰 173
6. 불평등 시대의 국가 176
제10장 막스 베버: 국가의 정당성은 어디서 오는가 179
1. 전쟁, 혁명, 제국의 붕괴 속에서 179
2. 베버의 문제의식 182
3. 왜 가 쓰였는가 184
4. 합법적 지배, 관료제, 정치 윤리, 책임정치 186
5. 비판적 성찰 191
6. 정치 리더십 위기의 시대, 국가는 무엇으로 정당한가 194
제11장 롤스: 공정한 국가는 가능한가 199
1. 풍요 속의 불평등 199
2. 공정함이란 무엇인가 201
3. 이 쓰여진 이유 204
4. 정의의 두 원칙 207
5. 롤스 이후의 논쟁 209
6. 불평등 시대의 정의 212
제12장 노직: 최소국가는 정당한가 216
1. 복지국가의 팽창과 자유의 논쟁 216
2. 자유는 어디까지 보호되어야 하는가 219
3. 롤스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론 221
4. 최소국가와 자유지상주의 224
5. 자유는 충분한가 227
6. 작은 정부는 가능한가 230
제13장 하버마스: 민주주의는 대화로 유지되는가 233
1. 민주주의의 확장과 동시에 나타난 침묵의 위기 233
2. 민주주의는 왜 점점 침묵하는가 235
3. 왜 이 쓰였는가 238
4. 공론장과 숙의민주주의 240
5. 공론장은 왜 약해졌는가 243
6. SNS 시대 민주주의는 가능한가 246
제14장 푸코 : 국가는 어떻게 인간을 통치하는가 249
1. 처벌의 방식이 바뀌던 순간 249
2. 보이지 않는 권력에 대한 질문 251
3. 권력의 새로운 분석 253
4. 규율권력, 감시사회, 생명정치 256
5. 푸코 이론에 대한 비판 259
6. 데이터 국가의 시대 261
제15장 센 : 국가의 목적은 인간 역량인가 265
1. 경제성장의 시대, 인간은 정말 더 자유로워졌는가 265
2. 발전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267
3. 이 쓰인 이유 269
4. 역량 접근(capability approach) 272
5. 역량 접근에 대한 비판 275
6. AI 시대, 국가의 목적은 무엇인가 277
에필로그: 당신이 꿈꾸는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 280
1. 15개의 사유가 남긴 이정표 280
2. 미래 국가론의 논의 방향: 새로운 경계를 넘어서 282
3. 당신이 꿈꾸는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 283
색인 285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부가기호 05130: 독자 대상 교양 · 발행 형태 전자출판물 · 내용 분류 철학.
분량·판형: 1쪽.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 · 부가기호 뜻은 국립중앙도서관 ISBN 안내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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