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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수첩 속 그림자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서재 한쪽에 오랜 세월 먼지가 쌓인 책들을 꺼내 정리하려고 했다. 주섬주섬 책을 모아놓고 비어 가는 책장을 바라보다가, 나는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어느새 창가로 스며든 햇빛 사이로 형사 수첩 위에 쌓여 있던 먼지가 아른거리며 날리고 있었다.
분리수거장으로 가져가려고 다른 책들과 함께 형사 수첩을 빈 상자에 담던 중 문득 그늘진 수첩 속을 들여다보았다. 무심코 펼쳐본 그 속에는 오래 묻어 두었던 기억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아차 싶은 마음에 서둘러 문서 세단기를 켰다. 형사 수첩을 뜯어 밀어 넣으려던 바로 그 순간, 종이 틈새에 숨죽이고 있던 기억들이 일제히 깨어나 내 마음을 깊은 과거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나는 결국 세단기 전원을 끄고 책상 앞에 앉아, 너덜너덜해진 수첩의 속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림자의 과거와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의 흔적이 먼지와 함께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마음과 몸이 이끄는 대로 어느새 컴퓨터를 켰다. 한 자 한 자 자판을 누르기 시작하자, 수첩 속에 갇혀 있던 그림자와 망자들의 흔적이 다시 깨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오래된 수첩 속에는 마음이 고장 난 그림자들과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영혼이 빼곡히 살고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결국 저마다의 결핍 속에 갇힌 외로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또 다른 자아를 찾고, 때로는 그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어둠을 만들어 낸다. 찢긴 수첩 속에는 나쁜 그림자들과 죽은 이들의 흔적이 위태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나는 그 잔인했던 시절로 돌아가 비정한 그림자들의 행적을 하나씩 짚어 보았다. 그러다 문득 가슴이 먹먹해져, 한동안 허공만 바라보았다.
그동안 책과 수첩 속에서 나쁜 그림자들과 함께 글로 박제되어 있던 이들은, 그 순간까지도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 같았다. 그 영혼들은 수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듯 내 마음을 세차게 흔들며 괴롭혔다. 나는 그들을 조용히 하늘나라로 보내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수첩을 다시 세단기에 넣고 고통스러운 과거의 흔적을 통째로 지워버리고 싶은 격렬한 갈등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왜곡된 가치관에 갇혀 진정한 사유마저 잃어버린 그 잔인한 그림자들을, 내 손으로 한꺼번에 세단기에 넣고 처단하기에는 아직 나의 인간적 질량이 부족했다. 결국 나는 수첩 속 나쁜 그림자들을 글로 옮기기로 했다.
그리하여 제1부 「피사체 그림자」는 탐욕에 사로잡힌 악마의 렌즈 속에 잠든 여자를 따라가게 되고, 제2부 「불꽃놀이 그림자」는 치정과 파멸을, 제3부 「수선화 그림자」는 우울과 상실을 그리고 있다.
그림자처럼 이기적인 존재들은 저마다 좁디좁은 우물 안의 세계관에 갇힌 채 고립된 외톨이로 살아간다. 그러다 자기 안에 굳어 버린 왜곡된 확신을 진실이라 믿고, 비슷한 어둠을 가진 이들과 위험한 연대를 이룬다. 그러나 비이성적인 소통의 대가는 언제나 참혹하다. 그들은 결국 자아를 잃고, 소중한 인생의 행로마저 스스로 무너뜨리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한다. 그렇게 그들은 인간의 최고 존엄을 스스로 파멸시켰다. 종국에는 자신이 만든 어두운 그림자 속으로 영영 사라질 뿐이다.
이 형사 수첩 속의 영혼들이 마침내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세월이 흐르고 강산이 몇 번을 변한다 해도 그들이 겪은 일만큼은 단연코 변하지 않는 엄연한 진실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여정을 마치려 한다. 그림자 뒤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이 하늘에서는 부디 평안하시기를 빈다. 그 외로운 넋들 앞에 삼가 고개 숙여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이 책은 실제 지명과 인물을 다르게 표현하였으며,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허구의 이야기임을 밝힌다.
끝으로 지난 시간, 형사라는 거친 길을 함께 걸어와 준 동료들과 삶의 분주한 길목에서 기꺼이 이 책을 펼쳐주신 독자분께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더불어 이 글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신 ‘청어’ 이영철 대표님께 진심 어린 감사를 올립니다.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예정도서 등록 정보(출판사 제출)
작가의 말
제1부 피사체 그림자 ― 탐욕과 발자취
제2부 불꽃놀이 그림자 ― 치정과 살인
제3부 수선화 그림자 ―우울과 상실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부가기호 03810: 독자 대상 교양 · 발행 형태 단행본 · 내용 분류 문학.
분량·판형: 232쪽 · 판형 130*205.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 · 부가기호 뜻은 국립중앙도서관 ISBN 안내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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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청어 홈페이지 ↗ chungeobook.com
(도서출판)청어에서 2026-09-23 출간 예정으로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에 출간예정으로 등록됐던 도서입니다. 실제 출간·판매 여부는 서점에서 ISBN 9791168555099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치균 / (도서출판)청어. 출간 후 상세 정보가 갱신됩니다.
종이책으로 출간 예정입니다. 분량은 232쪽입니다. 정가는 16,000원입니다.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예정도서 등록 기준이며, 별도 판형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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