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끝으로 오는 봄』는 2026-11-04 출간 예정입니다. 출간되면 서점 판매 링크와 함께 이메일로 한 번 알려드립니다.
오랫동안 시인으로 활동해왔지만 미처 시집으로 엮지 못했던 시들을 묶게 되었다. <한국문인>에서 시로 활동한 지 20여년 만이다. 주로 사랑의 마음으로 바라본 시인의 시선이 따뜻하다.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예정도서 등록 정보(출판사 제출)
김지현 시인의 작품세계
꿈의 빛으로 생명을 품은 시
- 일상의 사랑으로 피어나다
이철호 시인
무엇이 사람을, 삶을 아름답게 하는 것일까. 캄캄한 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저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에 잠겨갈 때 등대에서 비추는 불빛에 의지하여 나아가듯, 꿈이란 인생의 등대이다. 나아갈 길을 보여주고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게 한다. 그 빛은 사람의 내면에서 발하지만 그 색깔과 모양은 너무나 분명하여 끝내 바깥 세계까지도 투명하게 비쳐낸다. 세상에는 꿈의 씨앗이 심기고 그 꿈들이 자라서 꿈의 모양과 색깔대로 꽃들을 피우고야 만다.
김지현 시인의 꿈은 무엇일까. 그것은 생명에 대한 사랑이다. 그 사랑을 끝내 포기하지 않고 세상에 심으려는 시인의 의지는 시의 곳곳에서 뜨거운 열정으로 꿈틀대고 있다.
…
나 어릴 때 핑크빛 꿈은
빨주노초파남보에
둥실둥실 보름달 모양이었다
학창시절에는 책갈피에 끼워놓고
성인시엔 직장에 묻어놓고
엄마 아빠가 되면서 아들딸에게 심게 됐다
… —
바로 이 시인이 ‘꿈’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화자의 어린 시절 꿈은 무지갯빛 보름달이었다. 하지만 학창 시절에는 책갈피에, 성인 때는 직장에 그리고 엄마 아빠가 되면서는 아들딸들에게 꿈을 심었다. 이 일련의 과정은 애벌레가 성장을 위해 고치를 짓는 것처럼 성숙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진다. 그 꿈들은 닳거나 퇴색되는 것이 아니라 나비의 우화로 이어진다. 놀라운 것은 화자의 시선이 현재에만 머물지 않고 과거, 그리고 미래까지 열려 있다는 점이다.
특히 ‘끼워놓고’, ‘묻어놓고’, ‘심게 됐다’라는 표현에 주목하게 된다. 책갈피에 간직하던 꿈은 일터의 현실 속에 묻히고, 부모가 되면서는 아들딸에게 심어진다. ‘묻어놓고’에는 삶을 살아내느라 꿈을 잠시 접어 두어야 했던 아픔도 느껴진다. 그러나 ‘심게 됐다’에 이르면 그 꿈은 다시 자랄 자리를 얻는다. 묻어 둔 꿈이 끝내 씨앗이 된 셈이다. 나를 위한 소망이 누군가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으로 옮겨 가는 것, 그것이 이 시가 보여주는 꿈의 성숙은 아닐까.
‘또 하루가 저물어/ 나의 긴 그림자 밟고 서서// 강에 내려앉은 초승달은 본다’는 다소 소슬한 정조를 불러온다. 이루어야 할 것은 많은데 벌써 내려앉은 초승달을 바라보며 느끼는 외로움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저물녘 강가에서, 소녀의 꿈으로 돌아간다. 저마다, 때마다 꿈의 모양과 색깔은 다르지만 여전히 ‘빛’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지나온 시간과 지금의 풍경이 몽환적으로 겹치며, 꿈이 지닌 빛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김지현 시인의 시에서는 자연의 사물, 사람들 속으로 넘실넘실 사랑이 흘러간다. 절망이거나 어둠이거나 슬픔은 어디로 갔을까. 죽음조차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포용하는 모습에는 인간사에서 흔히 보는 아웅다웅함이 없다. 말할 수 없는 녹진한 아픔조차도, 가을날의 스산한 바람조차도 정스러운 삶의 이유로 느껴진다. 만상을 끌어안고 꾸역꾸역 길을 가는 수도승이 아니라 마치 해탈한 사람처럼 만상을 품고 허이허이 가는 나그네 같기도 하다. 하지만 작은 것, 사소한 것에도 마음 결을 드러내며 정을 심고 키우는 그를 어찌 나그네에 비유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는 작은 미물에서 큰 짐승까지도 온갖 생명을 품에 안고 기르는 숲을 닮아있는지도 모른다.
에서 이러한 시인의 거시적인 시야가 잘 드러나고 있다.
봄을 열 때마다
부푼 희망의 맥박이 뛰고 있다
해와 달과 별
그리고 바람까지 다 가졌어도
때때로 걱정의 번뇌가 따라와서
호흡을 건드리고 있다
행여 가물세라
행여 홍수 날세랴
살가운 바람 기다리다가
느닷없는 강풍이나 찾아올세라
편한 잠에 들던 날은 몇 날이던가
초승달이 그믐달 되는 날까지
뒤척이다 하루 또 하루
희미한 별들이 눈에 박힌 채
또 하루는 시작되어
철없이 노는 어린것들을 품고
날마다 배고픈 짐승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숲
…
—
봄은 희망의 계절이다. 눈이 녹으며 숨죽였던 생명들이 깨어나는 꽃피는 시간이다. 설렘에 맥박이 뛰는 순간에도 숲은 왜 안심할 수 없을까. 해와 달과 별, 바람까지… 부족함이 없는데도 숲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행여 가뭄이거나 홍수에 숲의 식구들이 상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숲은 어린것들을 품고 배고픈 짐승들을 키우는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숲이 느끼는 번뇌의 밀도감이 밀물져 온다. 특별히 ‘부푼 희망의 맥박이 뛰고 있다’거나 ‘걱정의 번뇌가 따라와서 호흡을 건드리고 있다’는 낯선 표현은 긴장감을 유발한다. ‘맥박’과 ‘호흡’은 생명들에 대한 기대와 염려를 숲의 몸에 새겨 놓았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걱정이 숨결을 흔들고 잠을 깨우는데도 숲은 또 하루를 시작한다. 여전히 그 품에서 살아가야 할 어린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어머니란 숲과 같은 존재다. 함부로 할 수 없는 위엄을 지녔지만 자신을 귀하다, 높다 하지 않고 자식들을 위해 온전히 자신을 내어주는 존재이다.
이렇듯 깊고 넓은 사랑으로 여울져 있는 또 다른 작품이 , 이다.
…
철없이 출렁대는 파도에
어린 생명을 지켜내는 인고의 향
비 내리는 바닷가에
비린내가 진하다
…
물결은 시도 때도 없이 출렁인다
내 숨결에 거친 파도가 인다
—
수많은 생명을 품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닷물이 밀려오고 쓸려가는 이유는 어린 생명을 지켜내고자 하는 바다의 애씀 때문이다. ‘비린내’는 그 애씀의 자연스러운 부산물이다. 어린 생명 안으로 바다의 몸이 삭아질 때 아버지 땀 냄새를 닮고, 어머니 품 냄새를 닮은 냄새다.
특별히 ‘물결은 시도 때도 없이 출렁인다/ 내 숨결에 거친 파도가 인다’는 사람과 모든 생명에 대한 애틋한 어미의 마음이 화자에게 불현듯, 거세게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거친 바다의 숨결은 곧 화자의 숨결이다. 바라보던 바다의 수고가 어느새 자신의 삶의 무게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숭고하고 장렬한 바다의 삶이 화자를 압도하지만 끝내는 그 삶을 받아들이려는 화자의 두려움과 기대가 느껴진다. 여전히 물결은 시도 때도 없이 출렁인다.
와 가 수평적인 시야에서 쓰였다면 는 대대로 이어 온 역사적, 수직적 관점에서의 모성적 희생을 묘사하고 있다. 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 죽는 일이 없다면 어찌 세대와 세대를 이어 올 수 있었을까.
…
생살 먹고 배불렀으면 좋으련만
뒷간에서 피 흘리는 그 아픔까지
내 상처에서 고름으로 흘리노라
36년 식민지가 깎아내고 찍어내어
큰 동굴 생긴 허벅지의 노송을 보라
나 아파도 슬퍼도 살아야 하노라
…
할아버지 아버지 살아오신 숨소리가
송화가 되어 내 볼, 귀에 붙는다
—
36년 식민지의 수난까지도 묵묵히 견뎌 내며, 자식들이 자신의 생살을 먹고라도 배부르기를 바라는 소나무, 그 소나무를 보며 ‘나 아파도 슬퍼도 살아야 하노라’는 결연한 의지를 다진다. 할아버지로부터 전해 듣던 이야기 속에서 화자는 할아버지, 아버지의 숨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또다시 화자는 그 삶이 자신의 것임을 고백한다. ‘송화가 되어 내 볼, 귀에 붙는다’고.
, , 에서 보여주는 화자는 의지적이다. 화자 속에서 흘러넘치고 있는 그윽한 사랑이 만들어 내는 결단이다.
에서는 세상을 향한 이러한 시인의 따뜻한 마음 바탕이 진솔하게 드러나고 있다. 시인의 시선은 얼마나 견고하고 흔들림이 없는가. 만물이 사랑으로 보호되고 있지 않다면 슬픔과 불안, 좌절 속에서 부유하며 어떤 아름다운 형체와 질서를 이룰 수 있을까. 그 견고한 시선은 , 등에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흘러간다.
…
온 세상은 벽 없는 새로운 집
탄생하는 것마다 고요한 눈에
겸허히 머리 숙여 나올 적에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어라
나무는 나무를 보며 자라고
풀잎은 풀잎과 도란거리며
짐승은 짐승 세계를 달리고
사람은 사람 속에서 살아가는데
잡초 싹은 보습 끝에 지고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시인의 소리
이철호 문학평론가 __ 김지현 시인의 문학세계 ● 161
1부 호미 끝으로 오는 봄
나를 있게 하고 살게 하는 것 __ 12
정월 대보름 __ 14
눈 속에서 꽃 올라오면 __ 15
봄은 봄인데 __ 16
산 넘어 강 건너서 __ 17
약속이니까 __ 18
삼월이가 왔네 __ 20
씨앗 하나 __ 22
봄이 내게 왔어요 __ 24
봄바람 노래 __ 26
아득히 먼 옛날부터 __ 27
호미 끝으로 오는 봄 __ 28
봄이 아파요 __ 30
꽃모종 __ 31
연못에 물을 담아야 __ 32
내 꿈의 풍선 __ 34
2부 숲의 고뇌
백두산 천지 __ 38
모 심는 달에는 __ 40
가뭄에도 피는 꽃 __ 42
찔레꽃머리 __ 44
목단은 피었는데 __ 46
원두막 추억 __ 48
메꽃 피는 길 __ 50
땡볕 여름 __ 52
여름날의 행복 __ 53
숲의 고뇌 __ 54
고향의 향취 __ 56
장맛비 __ 57
장마가 개인 텃밭 __ 58
소나무 __ 60
올갱이 된장국 __ 62
오늘은 뭐 먹을까 __ 63
3부 아버지의 눈물
어머니 __ 66
할머니 __ 68
여덟 나무 두고 간 달 __ 70
아버지의 눈물 __ 72
벼꽃을 보았나요 __ 74
감자꽃 어머니 __ 76
김장 __ 78
쉬는 듯해도 __ 80
아빠의 섬 __ 82
누구의 소리인가 __ 84
나는 왜 이런 꿈을 __ 86
포도알에 아버지 눈동자가 __ 88
당신 무릎에 __ 90
올케에게 __ 92
딸네 집 __ 94
어버이날 __ 96
4부 멋진 가을은 무게에 있다
추석 __ 98
쓴 비 단비 __ 100
백로 __ 102
내가 누구인지 몰랐네 __ 104
가을비 __ 106
구절초 __ 108
쑥부쟁이 __ 110
멋진 가을은 무게에 있다 __ 112
요때 비는 왜 오시는가 __ 114
가을에 안긴 호박 __ 116
가을의 얼굴 __ 118
너무도 보고 싶어진다 __ 120
국화가 볼 시려 __ 122
도시의 나무와 사람 __ 124
높은 곳 올라보니 __ 126
인생은 그림을 남기고 __ 128
5부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것
곰소항에 가보고 싶었다 __ 130
소의 웃음을 보았는가 __ 132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것 __ 134
누구를 많이 닮았습니다 __ 136
섬은 왜 섬인가 __ 138
별이 많은 동네 __ 140
동백의 꿈 __ 142
황혼 __ 144
첫눈 __ 146
겨울 꽃 겨울 나비 __ 148
겨울 새 __ 150
눈 내린 소백산 __ 152
겨울 이야기 __ 154
달력 한 장 남았을 때 __ 156
제일 많이 한솥밥 먹은 사람 __ 158
떠나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 사이 __ 160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부가기호 03810: 독자 대상 교양 · 발행 형태 단행본 · 내용 분류 문학.
분량·판형: 180쪽 · 판형 130*210.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 · 부가기호 뜻은 국립중앙도서관 ISBN 안내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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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 출판부에서 2026-11-04 출간 예정입니다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 기준). ISBN 9791122149517.
김지현 / 한국문인 출판부. 출간 후 상세 정보가 갱신됩니다.
종이책으로 출간 예정입니다. 분량은 180쪽입니다. 정가는 15,000원입니다.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예정도서 등록 기준이며, 별도 판형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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