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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경 시인의 시들은 한결같이 자연의 섬세한 변화와 일상의 찰나에서 길어 올린 서정적인 고찰을 담아내고 있다. 시인은 커피 한 잔의 온기와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들을 통해 삶의 상처를 치유하고, 비우는 삶의 태도와 예술적 감상을 통해 얻는 평화와 행복의 가치를 품위 있게 노래하고 있다. 일부 시에서는 어머니의 손맛에 대한 그리움과 더불어 5·18 민주화 운동의 비극을 역사적 아픔과 숭고한 희생으로 승화시켜 놓고 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김나경 시인의 시들은 찰나의 아름다움 속에서 인생의 유한함과 영원한 사랑을 발견하고자 하는 시적 탐구의 여정을 보여 주고 있다.
- 박덕은(문학박사, 문학평론가, 광주특별시문인협회 회장)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 평설 |
김나경 시인의 첫 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박 덕 은
(문학박사, 전 전남대학교 교수,
문학평론가, 광주특별시문인협회 회장)
대자연의 정취와 삶의 이력을 바탕으로 2021년 3월, 문학 전문지 《문학시선》에 시 「겨울」로 등단하며 시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하얀 백설의 순수함을 노래한 등단작을 시작으로 꾸준히 창작에 매진한 결과, 《강원경제신문》이 주관하는 ‘전국환경문학대상’에서 수필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김나경 시인의 시 세계로 탐험을 떠나보자.
진한 향 코끝 찌르고
꽃바람 타고 멀리 퍼지면
정다운 찻잔에 안기어
마음 곱게 내려앉는다
말할 수 없는 상흔은
뜨거운 열기로 보내 버리고
부드러운 선율
빚고 또 빚어
맑게 피어나는 가슴
사랑하리.
- 「커피」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커피 한 잔을 마시는 행위를 통해 내면의 아픔을 치유하고 사랑의 감정을 회복하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18세기 유럽 철학계를 대표하는 장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는 지독한 커피 마니아였다. 루소는 우유를 섞어 고소하고 부드러운 카페 올레Café au Lait를 즐겨 마셨다. 루소의 커피 사랑을 보여주는 가장 유명한 일화가 있다. 1778년 7월 2일 아침, 평소처럼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아내 테레즈가 타 준 카페 올레를 마시려던 순간 루소는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졌다. 그는 숨을 거두기 직전,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다. “아, 이제 더 이상 커피잔을 들 수 없구나.” 그에게 커피는 사유를 돕고 글을 쓰는 데 꼭 필요한 맑은 영혼의 연료였다. 이 시에서도 사유와 창작을 낳는 커피가 진한 향을 풍기고 있다. 시적 화자는 커피 향을 맡으며 “정다운 찻잔에 안기어/ 마음 곱게 내려앉는다// 말할 수 없는 상흔은/ 뜨거운 열기로 보내 버리고” 있다. 커피가 시적 화자의 아픔과 슬픔을 내려놓게 하고 있다. “말할 수 없는 상흔”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지는 않는다. 오히려 시의 모호성 속에서 독자는 자신의 아픔도 저 커피 향에 실어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시적 모호성은 구체성의 휘감김이 없어도 기억과 상상의 끌어당김이 있어 사유의 공간은 확장된다. 시적 화자는 커피를 마시며 “부드러운 선율/ 빚고 또 빚어// 맑게 피어나는 가슴”으로 꽃피어난다. 이 지점에서 시적 화자의 커피 예찬이 빛을 발한다. 신神은 커피를 만들고, 커피는 맑은 사유와 창작을 만든 것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여기서 “부드러운 선율”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내려놓음, 비움, 용서, 관용과 같은 마음의 정화일까. 아니면 루소가 즐겨 마신 부드러운 카페 올레와 같은 감각의 선율일까. 아마 블랙커피여도 부드러운 선율로 다가왔을 것이다. 시적 화자는 코끝을 찌르는 진한 향기가 허공으로 퍼져 나가는 찰나를 포착하여, 차가운 마음의 상처를 뜨거운 열기로 승화시키는 정서적 정화를 보여 주고 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증기처럼 날려 보내고, 그 빈자리를 부드러운 선율과도 같은 평온으로 채우는 것이 이 시의 핵심 서사구조이다. 결과적으로 이 시는 일상의 짧은 휴식을 통해 맑게 피어나는 생명력과 사랑을 예찬하며, 독자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건네고 있다.
어느새
가을바람 불어와
꽃들이 반짝반짝
멋진 풍경 만들어준다
모진 세파 이겨 내고
행복하다고
졍겨운 사연 속에
마음도 담아 보는 길
자존심은
결코 내어 주지 않고
잘 버티는
약자의 강한 모습
비바람에 한 서려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바람결에 살랑살랑
손 흔들어 준다.
- 「억새꽃」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시련을 견뎌내고 가을바람 속에 피어난 억새꽃을 통해 인내와 긍지라는 주제를 아름답게 시적 형상화해 놓고 있다. 억새꽃은 유연한 강인함, 순응의 지혜, 그리고 존재의 견딤을 상징하는 인문학적·생태적 은유로 자주 다뤄지고 있다. 유연함과 순응의 철학적 의미로 억새는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삶의 태도를 상징한다. 이 시에서도 그와 같은 삶의 태도가 엿보인다. “모진 세파 이겨 내고/ 잘 있다고/ 반갑게 손 흔들어 주어/ 아름다운 사연 담아”내고 있다. 억새를 통해 존재의 견딤을 잘 나타내고 있다. 가을이 지나고 모든 기능적 유용성이 사라진 뒤에도 꼿꼿이 서 있는 억새의 ‘빈 대롱’ 이미지가 우리의 존재론적 사유를 자극한다. 억새는 화려한 전성기뿐만 아니라 소멸과 고독의 순간까지 묵묵히 살아내는 생명의 존엄함과 실존적 깊이를 잘 보여준다. 이 시에서도 억새에 대해 “자존심은/ 결코 내어 주지 않고/ 잘 버티는/ 약자의 강한 모습”이라고 표현하며 실존적 깊이를 느끼게 한다. 독일의 전설적인 정원사 사상가 칼 푀르스터Karl Foerster의 ‘숙근초 철학Perennial Philosophy’에서 겨울철 눈과 서리를 맞으면서도 꼿꼿이 서 있는 억새의 마른 대롱과 갈색 깃털을 정원의 위대한 미학으로 보았다. 그는 억새를 통해 자연의 섭리와 존재의 위대함을 강조했다. 이 시에서도 억새를 통해 존재의 견딤과 순응 그리고 강인함을 보여주고 있다. 모진 풍파를 이겨낸 꽃들이 손을 흔들며 안부를 전하는 모습은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 약자의 강인한 자존심과 변함없는 절개를 상징하고 있다. 고난의 흔적인 한을 품으면서도 정겨운 추억을 찰랑이며 쏟아내는 억새의 자태는 보는 이에게 깊은 위로와 생명력을 전달하고 있다. 결국 이 시는 비바람에 흔들릴지언정 꺾이지 않는 자연의 모습을 통해 내면의 단단함이 지닌 숭고한 가치를 일깨워 주고 있다.
아프게 하는 건 접고
멀리 바라볼 수 있어
아름답다
고운 감정 담고
사랑할 수 있으니
행복하다
물처럼 살다가
강물 되어 바다로 흘러가는
세상은 참 넓다
주어진 대로
떠나가는
속절없는 인생
빈자리 채우기 전에
종착역이
나를 기다린다.
- 「비우는 행복」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고통을 뒤로하고 마음을 정화하며 삶을 관조하는 비움의 미학을 유려하게 그려내고 있다. 채워야 행복할 것 같은데 비워야 행복하다고 말한다. 공부를 하고 직장을 잡은 이유도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인데 비움의 철학을 깨달아야 행복하다고 말한다. 요즘에는 소위 ‘미니멀 라이프’라는 말까지 있다. 미니멀 라이프는 불필요한 물건과 습관을 비우고 삶의 본질에 집중하는 삶의 방식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 주변이 깨끗해지면서 심리적인 안정감이 커진다고 한다. 채우지 않고 비우는 삶이 왜 이리 중요할까. 동양의 노장 사상에서는 마음을 비우고 고요하게 만들어 도道와 통하고자 한다. 불교의 공空 사상에서는 모든 것은 고정된 실체가 없으므로 집착을 내려놓을 때 괴로움에서 벗어난다고 한다. 그 비움과 내려놓음이 이 시에서도 읽힌다. “아프게 하는 건 접고/ 멀리 바라볼 수 있어/ 아름답”다며 집착을 내려놓는다. 멀리 바라본다는 것은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어떤 결단이며 방향성이다. 시적 화자는 멀리 바라볼 수 있기에 “고운 감정 담고/ 사랑할 수 있으니/ 행복하”며 비움을 자연스럽게 얘기하고 있다. 비움의 실천적인 모습을 “물처럼 살다가/ 강물 되어 바다로 흘러가는/ 세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 시적 화자의 태도가 엿보인다. 시의 전반부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덜어낸 자리에 사랑과 평화를 채워 세상의 광활함을 마주하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 주고 있고, 시의 후반부에서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순리를 따라 흐르는 인생의 여정을 묘사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강물이 바다로 향하듯 우리 삶도 결국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나아가는 유한한 과정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결국 이 시는 욕심을 내려놓고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는 태도야말로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임을 담담한 어조로 전달하고 있다.
조용한 침묵 깨고
화려하게 승화된 품격들이
쭉 줄지어 반긴다
가슴으로 품어낸
저 위대한 산
하나하나 혼신의 마음 담아
무궁무진한 상상의 세계로
실컷 날아 앉아 보는
끝없는 미래의 성
맑은 영혼의 힘은
온 세상 정복하고 남아
연못까지 붉게 물들이는 사랑
환한 등 밝혀주는 손길은
푸른 허공 가로질러
별빛으로 수놓아 멋진 풍경 이루고 있다
오늘도 그 품에 안겨
누군가 기다리고 있는 시간
참 행복하다.
- 「서양화 전시실에서」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서양화 전시실이라는 공간에서 마주한 예술 작품들이 선사하는 숭고한 정신적 경험과 그로 인한 내면의 충만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는 시어로 쓴 한 편의 미학이다. 미학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아름답다’ 고 느끼는 것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학문이다. 우리는 왜 화가가 그린 그림 앞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자유로움을 느낄까. 철학자 칸트는 그의 미학 저서 『판단력 비판』에서 미적 무관심성, 목적 없는 합목적성, 그리고 숭고함에 대해 말했다. 칸트는 무관심성에 대해 어떤 실용적 목적이나 소유욕 없이 대상을 순수하게 바라볼 때 참된 미적 경험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림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다. 온몸의 감각으로 그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시적 화자는 온몸의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행위를 “가슴으로 품어낸/ 저 위대한 산”이라며 그림에 대해 평을 했다. 화가가 캔버스에 남긴 흔적을 통해 보이지 않는 깊은 생명의 감각을 느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시적 화자는 그림이라는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세계와 소통하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무궁무진한 상상의 세계로/ 실컷 날아 앉아 보는/ 끝없는 미래의 성”을 쌓으며 서양화를 감상하고 있다. 그림 속으로 성큼 들어가 비가시적인 것들을 읽어내고 있다. 침묵을 깨고 나타난 예술적 형상들은 시적 화자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무한한 미래와 영혼의 힘을 탐구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사랑의 온기로 승화시켜 놓고 있다. 시적 화자는 별빛처럼 수놓아진 작품의 풍경 속에서 예술과 물아일체가 되는 행복을 느끼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설렘으로 평화로운 안식을 취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시는 예술이 지닌 치유의 힘과 영원성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고 찬란하게 밝혀주는지를 우아하게 시적 형상화해 놓고 있다.
창밖에 빗물이 주룩주룩
눈물도 한 방울 뚜욱
힘들었던 청춘도 함께 흘러간다
아쉬운 그리움의 미련은
얼만큼 더 가야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풀잎에 맺힌 사랑 / 차례
작가의 말
축시/ 박덕은
제1부 행복한 봄날
동행·1
동행·2
아름다운 봄날
팬지 꽃
내 사랑 벚꽃
꽃바람
사랑의 미로
꽃
매화
벚꽃
배꽃
진달래
금낭화
비우는 행복
생일날
행복한 삶
봄바람
사랑하면
함께라면
아름다운 인연·1
아름다운 인연·2
문학도
배려
감사
서양화 전시실에서
초심
손님 오신 날
문흥지구
제2부 풀잎에 맺힌 사랑
나의 인생
풀잎에 맺힌 사랑
비 오는 날
커피
바람 부는 언덕길
속세
소원
번뇌·1
번뇌·2
못다 한 편지
그리운 사랑
보고픈 사랑
상흔·1
상흔·2
환희
일상
나의 인생·2
봄날
기다림
장화
선녀처럼
미처 몰랐습니다
뒤안길에서
물 따라 마음 따라
제3부 아름다운 벗
은구슬
새싹
뫼·1
뫼·2
뫼·3
대야산에서
아름다운 벗·1
아름다운 벗·2
무등산 서석대
소매물도
상고대
일편단심 봄
일편단심 여름
일편단심 가을
일편단심 늦가을
일편단심 겨울
가을 나그네
첫사랑 순결
봄비
무지개
숭고한 사랑
가뭄 끝
무등산의 봄
제4부 가을 단상
낙엽·1
낙엽·2
가을 단상
가을
허공
깊어 가는 가을
일생
풍성한 가을
내 사랑 땅콩
억새꽃
메밀
밭작물
가을 선물
국화꽃 사랑
제5부 가슴 아픈 달
꽃무릇
잊히지 않는 인연
가슴 아픈 달
어머니
아버지
5·18
평설/ 박덕은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출판사 제출)
부가기호 03810: 독자 대상 교양 · 발행 형태 단행본 · 내용 분류 문학.
분량·판형: 160쪽 · 판형 125*200.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ISBN 서지정보 · 부가기호 뜻은 국립중앙도서관 ISBN 안내 기준
김나경 시인의 시들은 한결같이 자연의 섬세한 변화와 일상의 찰나에서 길어 올린 서정적인 고찰을 담아내고 있다. 시인은 커피 한 잔의 온기와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들을 통해 삶의 상처를 치유하고, 비우는 삶의 태도와 예술적 감상을 통해 얻는 평화와 행복의 가치를 품위 있게 노래하고 있다. (김나경 (지은이), 시와사람 펴냄)
시와사람에서 2026-09-05에 출간했습니다. ISBN 9788956658575.
김나경 (지은이)입니다. 자세한 저자 소개는 출판사(시와사람) 제공 자료를 참고하세요.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ISBN 9788956658575으로 검색하면 정확한 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정가는 12,000원입니다.